30일 오후 늦게 구속 여부 결정될 듯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심사가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9시30분에 예정됐던 이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취소했다.
이 전 회장 측이 '갑작스런 구속영장 청구로 변론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며 검찰에 심사를 하루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심사 재개 전까지 이 전 회장을 구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법원에 통지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하루 뒤인 30일 같은 시각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구속 여부는 같은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이 전 회장에 대해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 전 회장을 출국금지한 뒤 1년여 만인 지난 18~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인보사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최근 일련의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되고, 이러한 오해는 반드시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 2액 성분에 대해 '연골세포'로 품목허가를 받았음에도 허가 내용과 다른 '신장유래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도 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치료용 주사액이다.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액 주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알려진 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나 지난해 7월 허가가 취소됐다.
검찰은 코오롱티슈진 '상장 사기'에도 이 전 회장이 관여됐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혐의도 적용했다.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미국 임상시험이 중단되고 2액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인 사실을 숨긴 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2000억원 상당의 청약대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의약품 개발에 공을 들여 온 이 전 회장은 사퇴 직전까지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성분 의혹이 제기되기 넉 달 전인 2018년 11월 이 전 회장은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지주회사 코오롱 지분 51.65%,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0%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식약처 고발로 지난해 6월 수사를 시작해 이우석(63)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코오롱티슈진 회사법인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