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감투싸움으로 시끄럽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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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통합당 “남구 의장선거 ‘협치’ 가장한 ‘결탁’” 비판
부산경남미래정책 “의장단 출마 제한 조례나 규칙 필요”

부산지역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초의회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여야 모두 의원간 내분으로 당 합의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의장 자리를 뺏기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부산 남구의회 여야는 의장 선거에서 동률이 나올 경우 선수와 나이순으로 의장을 결정하기로 합의 했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나이가 가장 많은 조상진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지만, 같은당 소속 백석민 의원이 민주당 의원의 지지를 받고 의장에 당선됐다. 남구의회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7대7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통합당 부산시당은 1일 부산 남구의회 의장단 선거를 두고 “협치를 가장한 결탁으로 얼룩졌다”며 “통합당 소속 남구의회 의원들이 수차례 총회를 통해 합의했던 사항 마저 개인의 자리욕심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부산시당 남구갑 당원협의회는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고 백석민 구의원을 만장일치로 당에서 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구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박수영 국회의원은 "본인 영달을 위해 독단적으로 당 소속 동료의원들을 기만하고, 상대 당인 민주당과 결탁해 의장 자리를 꿰차는 대신 민주당 측에 부의장 및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준 해당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부산시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지역 일부 기초 의회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사이 내분으로 당 합의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의장 자리를 뺏기는 등 내홍이 확산하고 있다. ©자료사진
부산지역 일부 기초 의회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사이 내분으로 당 합의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의장 자리를 뺏기는 등 내홍이 확산하고 있다. ©자료사진

일부 기초의회 민주당 ‘반란표’…민주당 부산시당 진상조사 

사상구의회에선 통합당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 소속 조병길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되자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 등 30여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사상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통합당과 결탁해 의장에 당선된 조병길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5명의 민주당 소속 사상구의원들은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정성열 의원을 의장 후보에 합의 추대했지만, 선거 결과 정 의원은 4표를 받은 데 그친 반면 조 의원은 미래통합당 5표를 합쳐 모두 6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됐다.

조 의원의 통합당 결탁으로 의장단은 부의장, 기획행정위원장, 운영위원장까지 모두 미래통합당이 가져갔다는게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의 주장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당과 당원을 배신한 조 의원의 이 같은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당 부산시당에 조 의원의 제명 처리를 요구하고, 의총 결과를 무시한 조 의원은 의장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의장선거에서 낙마한 정성열 의원은 “의총에서 ‘백의종군’ 하겠다며 합의까지 한 조 의원의 배신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면서 “5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삭발과 단식투쟁에 나서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의장에 당선된 조 의원은 “민주당 의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여야 5대 5에 무소속 1석인 사상구의회가 선거 당일 오전까지 정 의원은 의장 자리 확보에 필요한 1석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통합당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 의원이 통합당에 위원회 자리를 제안하는 등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도록 움직였어야 했는 데도 그렇지 못했다”면서 “본인이 선거 구도를 읽지 못해 의장직을 뺏길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도 당원들을 동원해 ‘배신’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의장 선거와 관련해 당 윤리심판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중앙당에 재심 신청까지 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지만, 당에서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탈당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부산의 한 기초의회 본회의장 모습. ©자료사진
부산의 한 기초의회 본회의장 모습. ©자료사진

장강식 진구의원 통합당과 결탁해 당선…4년간 의장 ‘독식’

19석 중 11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부산진구의회도 민주당 의총 합의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와 논란이다.

부산진구의회 민주당은 의장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최진규 의원을 의장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실시한 선거에서 전반기 의장이던 장강식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탈하는 바람에 결국 장 의원이 19표 중 10표를 받아 당선됐다. 장 의원은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의장에 당선돼 4년간 의장직을 독식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의 한 구의원은 “통합당과 결탁해 일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부 의원들 행태에 당원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이들은 앞으로 민주당과는 정치 행보를 달리하겠다는 결별 선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에 장 의장과 그를 따르는 의원 4명의 해당 행위로 인해 부산진구의회는 결과적으로 여당에서 야당이 됐다”고 덧붙였다.

연제구의회 의장선거에선 ‘반란표’로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 자리를 뺏기는 상황까지 나왔다. 연제구의회는 민주당이 6석, 통합당이 5석을 차지해 민주당이 의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가진 연제구의회 의장선거에선 6표를 받은 통합당 최홍찬 의원이 민주당 이의찬 의원을 한 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처럼 의장선거를 둘러싸고 기초의회에서 내홍이 확산되자 민주당 부산시당은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당 행위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지역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문제가 불거진 소속 의원들을 불러 대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부산경남미래정책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의회별로 당내 경선 의무화·의장 연임 금지·의석수에 따른 의장단 배분 명문화 등 내용을 담아 의장단 출마 제한 조례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부산지역 기초의회 16곳 중 6곳의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앞으로 2년간 구의회 운영 및 의원 의정활동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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