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SOS 쳤는데 모두 외면” 故최숙현 선수 사건에 공분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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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어달라’…지인들, 국민 청원하며 호소
경주시체육회, 감독 직무배제 검토하며 늑장 대응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6월 26일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 이용 의원실 제공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6월 26일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 이용 의원실 제공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의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최 선수의 지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주시체육회는 뒤늦게 최 선수의 지도자와 가혹 행위에 가담한 선수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일 오후 1시 현재 최 선수와 관련한 국민청원은 총 5개로 늘었다.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4만여 명이 넘게 동의했다. 국민청원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최 선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특히 최 선수가 생전에 가혹행위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 여러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사실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은 더 커지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이자 청소년 대표 출신의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의 지인은 국민청원에서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참다못한 고인은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인들은 "(이 과정에서) 고 최숙현 선수가 공공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전했다.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공개됐다.

고 최숙현 선수 지인들은 청원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그리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고 최숙현 선수에 가혹행위를 일삼은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 청와대 홈페이지
고 최숙현 선수에 가혹행위를 일삼은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 청와대 홈페이지

경북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의 사망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애초에는 재판 이후 인사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사안이 크게 불거지면서 오늘 인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며 "감독과 선수 2명 등 모두 3명을 대상으로 사안을 청취할 예정인데 감독은 우선 품위 손상에 해당하는 만큼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시 직장운동경기부로 경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며 관리는 경주시체육회가 맡고 있다. 생전 최 선수의 고소로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주경찰서는 지난 5월29일 경주시 철인3종 경기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감독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강요·사기·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 대해서는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충분히 수사를 벌여서 피의자 4명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기 때문에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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