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윤석열, 릴레이 회의서 결단낼까…정치권도 촉각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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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검사장들과 종일 회의…수사지휘 대응 논의
대검 "오늘 중 입장 발표 어려워"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여권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릴레이 회의를 진행했다. 전국 검사장 대부분을 불러 모은 윤 총장은 종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검찰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를 촉발한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요청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3일 오전 10시께 대검찰청 8층에서 고검장 회의를 진행하고, 오후 2시께부터 수도권 지역 지검장 회의를 주재했다. 오후 4시부터는 수도권 외 전국 지방청 지검장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총장을 비롯한 검사장들은 전날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시하는 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한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이날 서초동 대검 청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이 몰리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회의에 참석한 검사장들은 취재진을 피해 대부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청사로 들어갔다.

오전 회의에 참석한 고검장들은 모두 회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고검장은 회의 분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부회의라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오전 회의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부당 지시를 이유로 수사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전언도 흘러나왔다. 오후 2시 회의를 앞두고선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 등이 회의 참석을 위해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대검 측은 회의가 종일 진행되는 만큼 수사지휘 수용 여부를 포함한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이 이날 중으로 나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의 결과를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려면 물리적으로 당일 최종안 발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검사장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 윤 총장이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대검은 이날 검사장 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닌 간담회 형식의 의견수렴 절차라는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발송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발송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 연합뉴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언유착'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사건에 연루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눈총을 받아왔다. 수사무마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전문수사자문단을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의 결정에 따라 정치권으로 확산한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은 윤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장관 지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자리를 벗어나야 된다. 그게 수장이면서 정무직인 사람들이 택하는 방식"이라며 "그렇게 자리를 끝끝내 유지하면서 얻으려고 하는 게 과연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통합당 대표는 이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깡패짓'이라고 언급하면서 탄핵카드를 꺼내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주 대표는 "(윤 총장) 임면권자가 대통령이니 필요하면 대통령이 해임하면 되는데, 떼로 압력을 가하고 모욕을 주고 수모를 가해 쫓아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고 청와대와 여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3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들 옆으로 한 시민이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들 옆으로 한 시민이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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