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만 보는 트럼프, 확진자 정점 찍은 날 불꽃놀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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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대대적 독립기념 행사 참관
국가적 위기에도 ‘분열 조장 앞장선다’ 비판

 

3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큰바위 얼굴' 조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큰바위 얼굴' 조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집념'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일 최대 확진자 숫자를 연일 갈아치우는 비상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각종 '쇼'를 관람했다. 오는 11월 대선만을 의식한 듯 분열의 메시지를 설파하며 지지층 결집에 골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각)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대규모 기념식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고 운을 뗐다. 미 전역으로 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비롯해 노예제 옹호 등의 전력이 있는 인물에 대한 동상 파괴 시도를 싸잡아 급진 좌파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면서 "1492년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분명하고도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 우리는 하나의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둔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파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은 중국에 책임이 있으며 미국의 대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평했다. 그는 중국의 속임수와 은폐로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퍼졌다며 "중국은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진전을 만들어냈고 우리의 전략은 잘 굴러가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현실은 달랐다. 미국은 지난 2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6000명에 육박해 처음으로 5만명 대를 넘어섰다. 3일에도 5만3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누적 사망자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미 전역이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지만 최고 책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처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러시모어산에서 독립기념일 전야 행사로 진행된 불꽃놀이 ⓒ 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미국 러시모어산에서 독립기념일 전야 행사로 진행된 불꽃놀이 ⓒ 연합뉴스

진보진영과 언론을 맹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전날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 말한 것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CNN 등 미 언론은 지지율이 하락으로 재선에 비상등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독립기념일을 이용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외면'에 동조하듯 백악관 잔디밭을 메운 행사 참석자들 역시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미 해군과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루 에인절스'와 '선더버드'가 참여하는 에어쇼가 펼쳐졌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 동원된 B-29와 P-51 등의 전투기가 B-1, B-2 등의 폭격기와 워싱턴DC 상공을 장식했고 미 육군 낙하전문 '골든나이츠'가 성조기를 공중에서 펼쳐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오후 9시를 넘어서자 불꽃놀이도 시작됐다. 미 내무부는 최근 들어 가장 규모가 큰 불꽃놀이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백악관 인근 링컨기념관 등지에 인파가 몰려 불꽃놀이를 지켜봤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에서 에어쇼와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것은 연례 행사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요일부터 시작된 독립기념일 연휴에 전국에서 80%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다. 불꽃놀이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뉴욕에서 열리는 핫도그 먹기 대회도 군중의 집결을 막기 위해 비공개 장소에서 치러졌다.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에선 해변 출입을 금하는 한편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이 내려졌다. 미 보건당국 역시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 확진 급증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각별히 당부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이 방침에 역행하며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마이 웨이' 행보에 대해 그가 이제는 코로나19를 관리하기보다는 공포과 분열에 호소함으로써 일부 미국인에게 자신을 연임시켜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도 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76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러시모어산에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보건당국과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 공중보건을 무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도 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76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러시모어산에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보건당국과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 공중보건을 무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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