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대통령의 철학, 정치인의 사명 생각하며 연기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1 14: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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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컴백한 연기파 배우 정우성

배우로서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우성이 컴백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분한 것. 사실 영화 속 ‘대통령’ 역할은 연기파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그만큼 어렵고, 그래서 도전의식이 생긴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숙제를 안고 가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인 셈이다. 한창 연기에 물이 오른 ‘정우성의 대통령’을 볼 수 있는 것 역시 《강철비2: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정우성은 영화 《비트》를 시작으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시자들》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증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난해엔 영화 《증인》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제39회 황금촬영상 연기대상,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휩쓸었다. 이른바 ‘청춘스타‘ ‘비주얼의 정석’으로 살아온 그가, 40대를 기점으로 연기파 배우로 또 다른 건재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사안에 대한 견해를 명확하게 말하는 배우로도 자리 잡았다.

영화 《증인》 홍보차 가진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청춘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스타’라는 말이 주는 좋은 것들에 매몰되면 제가 사라질 것 같아서요. 스타는, 현상일 뿐이고 타인이 제게 주는 것이지 제 것은 아니잖아요. 어떤 수식어도 저를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저의 내면을 대중들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결국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완성하는 과정이에요. 이런 노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 제 모습이 완성되겠죠.”

개봉을 앞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1000만 영화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정우성은 《강철비》를 통해 조국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 찬 북 최정예 요원의 모습을 선보였다면, 《강철비2: 정상회담》에선 전쟁 위기 속,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변신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강단 있게 중재하며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대통령으로서의 냉철한 이성과,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딸에게 용돈을 빼앗기기도 하는 평범한 아빠로서의 인간적인 면도 겸비한 정우성의 입체적 연기가 극의 중심을 균형 있게 이끌어간다. 정우성이 다시금 인생 캐릭터를 갱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 중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설정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강철비1》도 《강철비2》도 땅,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주인공이다. 우리의 땅이 갖고 있는 아픔과 역사,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땅의 의미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강철비1》에는 두 철우(정우성, 곽도원)가 한반도의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타지가 있었다. 동시에 그 안에 담겨 있는 무게가 상당했다. 《강철비2》는 국제정세 속에 한반도를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좀 더 차가울 수 있다. 영화를 본 이들에게 더 큰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역할이다. 당연히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전편도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무게가 상당하지 않았나. 《강철비2》에서 양우석 감독이 뜬금없이 대통령을 하라고 해서 ‘왜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왜 숙제를 던져주지’ ‘나한테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함께하기까지 상당히 고민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결국 상상뿐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역대 대통령들을 살펴보고 그분들이 어떻게 한반도를 바라봤는지 개인적인 철학이나 정치인으로서 사명을 생각했다. 얼마만큼 역사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고, 그것을 통해 민족과 한반도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어떻게 대통령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정서를 찾아나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대통령으로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역사의식, 우리 민족에 대한 연민, 사랑, 책임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려 노력하면서, 북·미 정상들 사이에서의 심리적 묘사에 신경을 썼다.”

 

1편에 이어 곽도원과 호흡을 맞춘다.

“(곽도원이) 전편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출연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하더라. 전편 때도 촬영 들어가기 일주일 전부터 살을 빼더라. 이번에도 일주일 정도 하더라.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먹으면서 기운을 낸다(웃음).”

 

1편에서는 난이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대통령 역할을 맡은 만큼 조금 다른 차원의 액션을 했다. 일명 ‘구강 액션’이다. 말 많은 정상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구강 액션을 했다.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잠수함 액션이다. 심해에서 보이는 잠수함의 폭파나 움직임을 상상으로 연기했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기대가 크다.”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영화는 현실적인데 오히려 해학적인 부분도 많다. 그 안에 엄청난 트위스트가 있다. 당사자임에도 중재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 아이러니를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 역으로 출연한 외국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과의 호흡은 어땠나?

“외국 배우와 긴 시간 동안 공동작업을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함께하는 내내 이 배우가 낯선 환경에서 작업만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교감해 전 세계 배우가 다 똑같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 중인 분단국가인 남과 북,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사이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위기 상황을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개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네 배우의 공존과 대결을 통해 실감 나게 그려낼 《강철비2: 정상회담》은 2020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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