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손 들어준 美 ITC “대웅제약, 영업비밀 침해 맞다”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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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대웅제약 ‘나보타’ 10년간 수입 금지 권고
대웅제약 “명백한 오판…최종 판결에서 승리할 것”
메디톡스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명백히 밝혀져”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현지 제품명 주보) ⓒ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현지 제품명 주보) ⓒ 대웅제약 제공

보툴리눔 균주 도용 여부를 놓고 벌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분쟁에서 메디톡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년간 이어진 두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7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따르면,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6일(현지 시각) 예비판결했다.

이와 함께 최종 결정권을 가진 ITC 위원회에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권고했다.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므로 미국 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 왔다. 국내외에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해 1월에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대웅제약 ⓒ 연합뉴스
대웅제약 ⓒ 연합뉴스

대웅제약은 이날 ITC의 예비판결에 대해 '명백한 오판'이라며 공식적인 통지를 받는 대로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ITC 행정판사도 보툴리눔 균주를 절취·도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최종 판결에서 상황을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행정판사가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와 허위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TC는 행정기관으로 형사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는 기능이 없고 국익과 미국 내 산업 피해를 따져 수입금지 여부만을 판단한다"며 "미국 산업보호주의 바탕으로 정책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의 강력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업 신뢰도 추락과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나보타의 사업은 차질이 불가필 할 전망이다. 

메디톡스 ⓒ 연합뉴스
메디톡스 ⓒ 연합뉴스

반면 메디톡스는 통상 ITC가 한번 내린 예비판결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특히 ITC 행정판사의 예비판결로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미국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예비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을 계기로 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ITC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영업비밀 침해라고 판단을 내린 만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메디톡스는 ITC의 예비판결 자료를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 제출할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국내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ITC의 예비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편 ITC의 예비판결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와는 별개 사안이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사용, 허위 서류 작성 등 약사법을 위반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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