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北에 구걸 말라…햇볕정책 실패했다”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7.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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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연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 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북측에 구걸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 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반 위원장은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북한을 향한) 일편단심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나 민족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도 비판했다. 반 위원장은 "(여권의) 일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데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고 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반 위원장은 "도발행위를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 대응, 그야말로 억지로 한마디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보인 미온적 대응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남북 종전선언 결의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반 위원장은 "북한이 (우리의)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북한의 행태에 비춰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는 "일각에서 소위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다, 미국 대선 즈음해서 '쾅' 해서 미북 회담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하는데, 북한도 여러 정세를 꿰뚫고 있다"며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 위원장은 신규 외교안보라인에 대해서도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을 새로 지명했다.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갈등)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간다"며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했다.

아울러 반 위원장은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에 있다. 이런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햇볕정책 하면서 전 세계에서 찬양받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문 대통령의 정책, 이게 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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