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인사’ 논란에 휩싸인 부산관광공사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비주안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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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공사 사장 “당사자의 갑질 투서 조사 결과 따른 정당한 인사 조치”
공사노조 “이해되지 않는 조치…정 사장 인사권 남용”

부산시 산하 지방 공기업인 부산관광공사(사장 정희준, 이하 공사)가 '갑질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당사자는 지난해 3월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BOF)을 맡게 된 책임자로, 24년간 홍보기획업계에서 근무하며 실력을 검증받았다고 평가받는 A씨다. A씨 공개채용 당시 공사는 그를 두고 "굵직한 문화관광 행사들이 그의 손에 기획되었다"며 A씨의 전문성을 인정해 (BOF)단장으로 임명했고, 그렇게 A씨는 1년간 BOF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공사는 ‘대형 한류 이벤트를 통한 부산 도시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할 수 있다’고 자랑했던 담당자 A씨를 그의 전문 업무인 BOF팀 단장에서 물러나게하고 국내 마케팅 팀원으로 전보발령을 했다. A씨는 "단장에서 마케팅 팀원으로 발령한 것은 사실상 전보가 아니라 강임이라 할 수 있다"며 "통상적인 인사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고 항변했다. 

A씨의 ‘인사갑질’ 주장 논란에 대해 공사 측은 A씨의 전보 배경을 ‘사내 갑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직장 안에서 팀원들 간 불화를 조장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별을 두어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또한 외부 협력사들을 통해서도 갑질 사례를 보고 받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직무배제한 것”이라고 했다. 강임이 아니라 정상적인 전보라는 입장이다. 이어 “공기업에서 전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갑질인사’ 논란에 대해 정희준 공사 사장 역시 “A씨는 BOF의 책임매니저로서 작년 공연을 진행할 때 내부 직원들의 평은 역대 최악이었다”면서 “당시 BOF에 섭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부산시장은 물론 공사 사장이 직접 섭외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그래도 BOF는 잘 마무리 되어 한번 넘어갔으나, 올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찰부터 엉망이다”면서 “여기에 내·외부에서 A씨로 인한 갑질 피해자가 발생해 법무감사팀의 조사 이후 A씨를 직무배제하기로 결정한 것” 이라고 밝혔다.

 

“인사위원회 없는 일방적 조치로 방어권·진술권 박탈”

하지만 공사 측의 ‘전보’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사규 제19조(전보) ①항에 따르면, 제19조의 ③항 업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전보조치를 하려면 19조 ③항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먼저 진행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인사위원회 의결없이 부당 전보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본인의 인사 이유가 ‘갑질’ 때문이라는 공사의 설명에 “정말 내가 언어폭력을 행하고,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내외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말 내가 갑질을 한 것이 맞다면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상황이 맞는지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시키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나한테는 투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누가 보냈는지, 몇 명이 투서를 보냈는지 내용 확인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어권과 진술권까지 박탈당했다”라고 했다. A씨는 “불분명한 투서 하나로 내가 30년 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부정당하고 갑질하는 외지인이라는 이미지로 남게 돼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사위원회는 없었다”며 “잠시 회의를 하자고 불러서 간 자리 였다”고 했다.

A씨의 갑질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당시 팀원이던 동료 B씨는 “A씨와 함께 BOF사업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된 막말, 언어 갑질과 같은 것은 제가 아는 한 없었다”며 “외부 협력사에게도 함부로 대할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시작되자 뒤늦게 ‘인사위원회’ 열려

시사저널이 이 건을 취재하자 A씨는 그 동안 일방적 통보에만 그쳤던 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A씨는 “법무감사팀 직원이 정식 자료를 가지고 다음주 조사를 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했다. 인사위원회 없이 사실상 강임 조치를 내린 공사에서 뒤늦게 인사위원회를 연다 하더라도 이미 인사조치의 순서가 바뀐 뒤였다.

A씨는 현재 노무사를 통해 부산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다. 본 건을 맡은 노무사는 “공사에서 단순히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해서 갔더니, 그 자리에서 투서 이야기를 했고 그 주에 모든 인사발령이 이루어졌다”며 “인사규정 상 징계절차가 다 있어 위원회를 소집한 후 소명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 없이 회사에서는 인사권자로서의 정당한 전보발령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투서가 들어왔다고 하면 사실상 징계로서의 전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설령 인사권으로서 전보를 행사하더라도 정당성은 가져야 하는데, 절차가 다 생략된 현 상황은 사실상 부당전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의 A씨는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부산관광공사의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갑질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A씨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가를 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후 최근 복귀했다. 복귀한 후에도 다른 팀의 팀원으로 강등당한 상태로 직원들 보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전했다. 삶터인 서울을 떠나 제대로 된 지역 축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내려왔던 그에게 부산은 이제 무섭고 낯선 도시가 되어버린 셈이다. A씨는 “생전 정신과 상담과 치료는 처음 받아본다“면서 ”오늘도 병원에 갔더니 담당의가 2~3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서 입원하기를 권유하더라“라고 전했다. A씨는 누구보다 힘든 하루를 지내고 있다.

지난 5월 부산관광공사 노조는 부산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 부산관광공사 노동조합
지난 5월 부산관광공사 노조는 부산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 부산관광공사 노동조합

공사와 노조의 대치는 아직도 진행 중

공사의 인사문제는 지난 5월 공사 노조의 부산시청 앞 피켓 시위에서도 불거졌다. 노조는 당시 “정 사장 취임 이후 18개월 동안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3차례에 걸쳐 조직개편, 5차례에 걸친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을 할 수 없는 분위기로 만들었다”며 정희준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공사 곽영빈 노조위원장은 “A씨의 경우 관광공사의 상급자라 노조 가입자가 아닌 상황임에도 직장 내 갑질 인사를 묵과할 수 없었다”면서 “정 사장이 조직을 마음대로 운영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말이 쫙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에도 대형버스 면허가 없는 사장 차량 운전기사를 시티투어 버스 관련 부서로 조치하면서 당사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고,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2개월만에 숨진 사례도 있다”고 비난했다.

오는 7월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지 1주년 되는 날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A씨는 "1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 먼저다’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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