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쓰레기 같은 볼턴이 예언한 북·미회담, 무익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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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상응한 불가역적 중대조치 함께 있어야”
“김정은, 트럼프 사업 성과 기원…우리를 건드리지 말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2인자' 굳히기에 들어간 김 제1부부장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를 요구했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올해 중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그는 연내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는 점과 그런 회담으로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했다. 또 "쓰레기 같은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 시각)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매우 원한다면서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거론한 지 6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 정상회담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또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 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며 제재 해제에 명운을 걸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영변 폐기-일부 제재 해제' 카드에 대해선 재논의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에 새 임기를 시작하는 행정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노이 회담탁자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 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북한의 군사적 행위와 관련해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또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미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북·미 정상 간 친분을 재차 언급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모든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고,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소개됐다. 북한은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경색국면 속에서도 대내 매체에서는 대미 비난을 자제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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