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vs전쟁영웅’ 극단평가 오간 백선엽 장군 별세…향년 100세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11 12: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군 최초 대장으로 결정적 전투 이끌어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 친일 행적 논란도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백 장군이 미군 야전상의를 입은 뒤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백 장군이 미군 야전상의를 입은 뒤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6·25 전쟁 당시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해 승리를 이끌었던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께 향년 100세 일기로 별세했다. 

11일 육군 등에 따르면, 1920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을 지휘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불과 33세 나이에 한국군 최초로 대장에 진급했다. 격전지였던 다부동 전투 때 도망치는 장병들을 모아놓고 "내가 앞장서 싸우겠다. 만약 내가 후퇴하면 나를 먼저 쏘라"며 배수의 진을 쳐 후퇴를 막았던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생전에 자신이 겪은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1950년 여름 1사단장으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다부동 전투를 꼽았다. 두 달 가까이 부하 장병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고, 전투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평양에 입성했을 때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었다"며 "1사단장으로 한미 장병 1만5000여 명을 지휘하며 고향(평남 강서)을 탈환했다"고 말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군 내부 남로당 숙청 분위기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 장군은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뒤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장관 재직 시절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미 8군사령부는 전쟁 당시 한국 방어에 있어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공로로 2013년 명예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르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명예원수(元帥·5성 장군)'로 추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가 불발됐다.

백 장군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백 장군의 친일 전력을 문제 삼으며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유족 요청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한국 나이로 100세 생일을 맞이한 백선엽 장군(가운데)을 축하하기 위해 생일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는 백 장군의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한국 나이로 100세 생일을 맞이한 백선엽 장군(가운데)을 축하하기 위해 생일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는 백 장군의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전날 별세한 백 장군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살아있는 6·25 전쟁 영웅, 살아있는 전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가장 존경하는 군인. 백 장군을 지칭하는 그 어떤 이름들로도 감사함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현충원 안장 논란에 대해선 "대한민국을 지켜낸 전설을, 이 시대는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애도 성명을 내고 "주한미군을 대표해 백 장군의 가족과 친구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백 장군은 오늘날 한미 동맹을 구체화하는데 믿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며 "6·25전쟁 당시 군인으로 복무하고,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으로 육군참모총장까지 한 백 장군은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행적을 고려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졌다"며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