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너 물구경?…부산 호우주의보 2시간 이상 침묵한 KBS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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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서울에 물난리 났으면 하루 종일 방송했을 것" 보도 비판… KBS "절차 지켰다" 해명

부산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재난방송 주관사 KBS를 향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비 피해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취지에서다. 재난 대응 태도를 놓고 지역 차별론 조짐마저 일고 있다. KBS측은 매뉴얼에 따라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7월2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일대가 밤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시민들이 배수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내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일대가 밤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시민들이 배수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내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3일 부산에서는 최대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시간당 강수량으로 따지면 1920년 이후 10번째로 많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에는 물이 차올라 지금까지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밖에 소방당국이 구조한 사람은 79명으로 집계됐다. 또 24일 오전 5시까지 소방당국에 접수된 비 피해 신고는 1200건이 넘는다. 부산 경찰청에도 70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추후 재산피해도 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특보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KBS 홈페이지를 참고해 부산에 비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부터 폭우가 휩쓸고 간 24일 오전까지 관련 내용을 살펴봤다. 

우선 기상청은 23일 오전 10시 “부산‧울산‧경남 강한 집중호우 주의”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부산KBS와 KBS전국본부는 정규방송을 통해 호우 예보를 했다. 기상청이 호우주의보를 내린 것은 이날 오후 2시다. 그런데 부산KBS가 “부산 호우주의보…내일 새벽까지 시간당 50㎜ 집중호우”란 제목으로 특보를 내보낸 것은 오후 4시45분이다. 기상청의 호우주의보 발령과 2시간45분 정도 차이가 난다.  

또 당시 특보를 편성한 건 부산KBS가 유일했다. KBS 전국본부는 특보 없이 23일 오후 7시21분 정규방송 ‘뉴스7’에서 비 소식을 전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서울이 우선이었다. 앵커가 “지금 강한 비가 오는 지역은 어딘가요”라고 묻자 기자는 “서울 강남역 주변입니다. 시간당 20mm 안팎의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데요”라고 리포팅했다. 부산은 그 다음에 언급됐다. 

단 23일 오후 7시 기준 부산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시간당 10~30mm(인천‧충남 서해안 제외)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앞서 기상청은 부산에 이날 시간당 50mm 넘는 비가 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23일 오후 8시에는 기상청이 부산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오후 9시30분에는 강풍주의보도 내렸다. 그 사이 부산KBS와 KBS전국본부는 각각 정규방송을 통해 비 소식을 한 건씩 알렸다. 결국 24일 오전 0시30분경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그런데 KBS 1TV에서는 약 20분 전부터 시작된 정규 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이 계속 전파를 탔다. KBS가 전국 대상 특보에 들어간 건 올댓뮤직이 끝나고 오전 1시가 됐을 때였다. 

7월23일~24일 부산 폭우 상황에 대한 KBS 보도 순서와 시각 ⓒ 양선영 오퍼레이터
7월23일~24일 부산 폭우 상황에 대한 KBS 보도 순서와 시각 ⓒ 양선영 오퍼레이터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네이버 댓글란과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망자가 나왔는데도 정규편성 시간을 기다려서 보거나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 전역이 아수라장인데 재난주관 방송사는 대체 뭐하나” 등 불만글이 쏟아졌다. ‘서울공화국’이란 자조 섞인 단어도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서울에 이정도 물난리가 났으면 특별 방송으로 하루 종일 생중계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수신료 거부 청원까지 올라왔다. 

재난방송 송출은 KBS에 주어진 법적 의무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호우 등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재난방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재난 예보‧경보가 떨어졌는데도 재난방송이 없을 경우 KBS에 즉각 방송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KBS측은 정해진 절차를 지켰다고 해명했다. 호우의 경우 특보를 3단계로 나눠 진행하는데, 23일은 1~2단계 상황에 해당돼 하단의 ‘스크롤 자막’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이날 오후 10시20분부터는 우측 상단에 ‘데이터 자막’ 방송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보를 송출해야 하는 3단계 상황은 장기간 호우로 그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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