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아닌 단독범행” 결론에 스텝 꼬인 수사팀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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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한동훈 검사장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수사팀 “납득 어렵다…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7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가 나오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던 검찰 수사팀은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는 양창수 위원장을 제외한 15명의 위원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10명)과 불기소(11명) 의견으로 의결했다. 강요미수 혐의로 이미 구속된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12명)과 공소 제기(9명) 권고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두 사람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이 사건을 '검찰과 언론의 유착 및 공모'가 아닌 이 전 기자가 단독으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무리한 협박성 취재를 벌인 것이라고 봤다.

검찰과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측은 전날 수사심의위에서 취재기자가 현직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취재원에게 여권 인사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편지 등을 통해 요구한 행위를 범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2월14일~3월10일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다섯 차례의 편지를 보낸 게 강요미수라고 봤다. 이 전 대표는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이로 인해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가족에 대한 수사 등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전 대표를 협박했고, 한 검사장도 공모한 것으로 봤지만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달랐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 이외에 다른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는 성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수사 명분은 세울 수 있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불러 온 이번 사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측은 강요미수죄 성립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사팀과 대립해왔다. 윤 총장은 이례적으로 피의자인 이 전 기자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움직임까지 지시하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수사심의위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 역시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수사팀은 정당성을 확보하며 내부의 견제에서는 일정 부분 부담을 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 연합뉴스

문제는 한 검사장의 신병처리 여부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수사심의위 의결 직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다"며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과 법원의 이동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의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의견이 갈렸고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한 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이미 공개된 녹취록 외에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데 실패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다면, 이 사건은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으로 매듭짓게 된다. 검찰은 일단 이 전 기자의 구속 기간(10일)을 한 차례 연장해 보강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수사심의위 의결 이후 한 검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이 전 기자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수사심의위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를 잘 가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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