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할퀴고 간 중부지방…‘12명 사망’ 피해규모 눈덩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8.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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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후 사망 12명·실종 14명…이재민 1000명 넘어
수도권 및 충청 지역 일부 도로·철도 통행중단
5일까지 중부지방 중심 많은 비…추가 피해 우려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이 토사에 매몰돼 일가족 3명이 숨졌다. ⓒ 연합뉴스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이 토사에 매몰돼 일가족 3명이 숨졌다. ⓒ 연합뉴스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나흘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전날 하루에만 6명이 목숨을 잃었고, 도로와 철길이 물에 잠기면서 차량 과 열차 운행이 중단된 곳도 속출했다. 이번 비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모두 12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7명이다. 

3일에는 경기도 평택 공장과 경기 가평 펜션을 토사가 덮치면서 각각 3명씩 모두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에 위치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은 펜션 주인 A(65·여)씨와 그의 딸(36), 손자(2) 등이다. 뉴질랜드인과 결혼해 현지에서 생활하던 딸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휴직한 뒤 모친과 함께 한국 생활을 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뉴질랜드 출국이 미뤄지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출신으로 알려진 40대 펜션 직원 B씨도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B씨는 이날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수색과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날 오후 한때 시간당 40㎜의 강한 비가 쏟아진 충남 아산에서는 주민 3명이 맨홀 수압과 하천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기 포천시의 한 저수지에서는 오전 1시께 수문 개방을 위해 보트를 타고 나간 낚시터 관리인(55)이 실종됐다. 충북 진천에서는 화물차를 타고 있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리는 등 실종자도 6명이 추가됐다. 

3일 오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한 도로가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고무보트로 마을 주민 등을 구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오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한 도로가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고무보트로 마을 주민 등을 구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민은 629세대 1025명으로 전날보다 100여 명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555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391명, 강원 70명, 서울 9명 등이다. 이재민 중 96세대 196명만 귀가했고 나머지 533세대 829명은 아직 친인척 집과 체육관,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일시대피한 인원은 2228명으로 전날보다 500명 넘게 증가했다. 경기지역에서 1429명, 충북 465명, 충남 243명, 강원 48명, 세종 40명 등이 피신했다.

재산 피해도 시시각각 늘고 있다. 지난 1일 이후 시설물 피해는 모두 2958건(사유시설 1483건, 공공시설 1475건)이 보고됐다. 침수나 토사 유출 등 주택 피해가 815건이고 축사·창고 522건, 비닐하우스 146건 등으로 집계됐다.

농경지 피해 면적은 전날보다 2000여㏊ 증가한 5751㏊로 잠정 집계됐다. 침수가 4656㏊이고 벼 쓰러짐(도복) 868㏊, 낙과 160㏊, 매몰 67㏊ 등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설 붕괴·파손·범람 등 피해는 도로·교량 728건, 철도 등 403건, 산사태 224건, 하천 101건, 저수지 19건 등이다. 시설피해 2958건 가운데 51.8%에 해당하는 1531건의 응급복구가 완료됐다. 영동선 등 철도 17곳과 저수지 4곳, 도로 7곳 등에서 응급복구를 마쳤다.

게릴라성 호우가 이어지면서 도로와 철도 곳곳이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서울·경기·충청 등 지역에서 도로 43곳이 진입 통제됐다. 서울에선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가 한때 일부 구간에서 통제됐다. 충북선·중앙선·태백선·영동선·경강선·함백선 등 철도 6개 노선도 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산·태백산·속리산 등 10개 국립공원 252개 탐방로와 경기·충북·경북 지역의 상습침수 지하차도 16곳, 서울·경기·강원·충북지역 둔치주차장 92곳도 출입이 제한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5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강원 지역 등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 영서에는 오전 동안 시간당 50∼100㎜(최대 120㎜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비는 오후들어 소강상태를 보이다 오후 6시를 전후해 다시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일인 이튿날에도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강원영서·충청북부·서해5도 100∼300㎜(많은 곳 500㎜ 이상), 강원영동·충청남부·경북북부 50∼100㎜(많은 곳 150㎜ 이상), 전라내륙·경남내륙 5∼40㎜ 등이다.  

수도권 전 구간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강이 황토색으로 변해있다. ⓒ 연합뉴스
수도권 전 구간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강이 황토색으로 변해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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