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D-1…의료공백 불가피
  • 이진성 세종본부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20.08.06 15: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사단체, 입장차 팽팽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2.4명 그쳐” vs “다시 대도시 간다”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단체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일부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주요 국가 대비 낮은 의사 수와 특정 지역 쏠림 등을 내세우며 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맞서고 있어 해결방안이 마련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확대에 반대를 표출하기 위해 오는 8월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공의로 꾸려진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에 앞서 8월7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이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이에 발맞춰 같은달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할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최대 400명 정원을 확대해 최대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한다는 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 수가 부족한 문제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증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증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2.4명 그쳐…의료질 차이 커

복지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활동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사 정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를 보면 OECD 평균은 3.4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3명에 그친다. 더군다나 한의사를 제외하면 1.89명에 머문다.

또 의대정원도 크게 미달한다. 가령 OECD의 인구 10만 명 당 의학계열 졸업자 수는 12.6명이지만 우리나라는 7.48명에 그쳤다.

더 문제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서울은 인구 1000명 당 의사가 3명 이상 있지만 경북은 1.4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역 의사 확대에 칼을 빼든 배경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대정원 확충은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의료계를 설득했다.

 

의사 단체 “지역 의사 다시 대도시 간다” 실효성 지적

이러한 정부 주장에 의사 단체는 의사 확대가 지역 의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남 창원에서 근무하는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정부는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에 의무복무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면허 취득 후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의 과정에만 최소 5년이 소요되고 펠로우 등까지 거친다고 하면 남은 기간은 2년 남짓"이라며 "현실을 고려하면 2년 후 대부분은 서울 같은 대도시로 이동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전에서 12년간 의원을 꾸려온 한 개원의는 "의사 정원이 늘어난 상태에서 의무기한을 채운 의사들이 대도시로 나간다고 하면 수도권 의료 쏠림은 더 심각해지고 의료인력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면서 지방 의료질도 하락할게 우려된다"면서 "현재 의사들이 왜 지방에 남아있지 않은지, 수년을 고생해서 딴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과목을 내걸고 개원하는지 등에 대한 원인 파악 및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민중인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의 특정과 배치에 대해서도 직업선택을 침해할 것이란 논란도 있다. 한 의대 본과 3학년생은 "입학할 때는 흉부외과를 하고 싶어 들어왔지만 의대 5년을 다니면서 새로운 과목을 배울 때마다 원하는 진로가 매번 바뀌는 게 현실"이라며 "막상 배워보니 적성과 다를 수 있는데 받은 장학금 반납 수준이 아니라 졸업 후 꼭 특정과를 가야하고, 어길 시 6년간 고생해서 딴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협의 과정은 있었나…환자만 피해 우려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확대를 놓고 갈등을 이어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환자들의 피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미한 진료를 필요한 환자가 줄어 의사들의 파업에도 큰 피해는 없겠지만, 생명을 다투는 외과 등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가 다르지 않아 전공의들의 파업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실무자를 통해 의료계에 의사 정원 확대 방안과 관련해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달랐다. 의협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을 얻고 의견을 듣는 창구는 전혀 없었다"면서 "복지부 실무자들이 통보식으로 곧 의사 정원 확대 있을거라고 흘린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협의했다는 말을 꺼내려면 최소한 마련중인 초안에 대해서라도 의료계 입장을 물었어야 하지 얺나"고 반문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의료공백이 논란이 되자 정원 확대라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 같다"면서 "지역에 의사들이 왜 서울로 오고 특정과를 회피하는 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협의회와 긴밀한 소통과 의견의 적극적 반영을 위해 소통협의체를 구성하고, 보건의료정책 추진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