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리면 서울오는 현실” 정부, 의료계 파업철회 요구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8.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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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대국민 담화 “의대정원 확충, 국민·국가 위한 불가피한 결정”
복지부-전공의협의회, 오후 4시 비공개 간담회서 논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의료계에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방 의료공백 개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 확충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비해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 인력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국민들이 지방에서 큰 병에 걸리면 주변에 치료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없어 서울로 올라온다"며 "그 병이 촌각을 다투는 응급 질환이라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 0.4명을 포함해 2.4명 수준이다. 이는 2017년 기준 OECD 평균인 3.4명의 71%에 불과하다. 지역 간 격차는 더 심각하다. 서울은 지난해 인구 1000명 당 3.1명의 의사를 보유한 반면 경북(1.4명), 울산(1.5명), 충남(1.5명) 등 많은 지역이 서울의 절반도 안되는 의료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도 강원도 영월이 서울 동남권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되는 등 수도권-지방 간 의료 격차가 큰 상황이다.

또 지난해 기준 전문의 10만 명 가운데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불과했으며, 코로나19 등으로 중요성이 커진 감염내과 전문의는 전국에서 277명 밖에 없는 등 전공별 의사 수도 치우쳐져 있다. 

박 장관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지금도 포화 상태인 서울·수도권의 개원의를 늘리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며 "의대정원 확충은 지역 의료 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동일하게 품고 있는 목표일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충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이어 "정부는 앞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보건의료 제도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의대 정원에 대해서도 중요한 세부적인 논의사항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며 파업 계획 철회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특히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환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모든 경우에 대비를 하는 한편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발생하는 경우 엄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임원진이 8월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임원진이 8월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7일 전공의 파업, 14일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응급실 등 필수 진료 인력까지 모두 포함한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진료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전공의 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집단행동 자제를 재차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강립 차관을 비롯한 복지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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