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O 시장 양대 축으로 부상한 SK와 카카오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19 08: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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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비상장 계열사 무더기 상장 예고…文 정부 출범 후 ‘승승장구’

SK그룹과 카카오가 최근 조 단위 기업 가치를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들을 잇달아 상장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두 그룹은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온 터여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근 IPO를 준비하는 비상장 계열사만 세 곳이다. 7월 상장을 완료한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SK매직 등이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SK텔레콤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스토어와 ADT캡스, 웨이브,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다수 자회사의 상장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 회사까지 합하면 그룹 내에서 상장을 준비 중인 회사는 10여 곳으로 늘어난다.

7월2일 오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코스피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왼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내빈들이 시초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에서만 10여 개 계열사 상장 준비

재계에서는 올해 7월2일 SK바이오팜 상장을 계기로 SK그룹이 계열사 상장에 한층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증거금으로만 31조원이 몰려들면서 323.02 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상장 이후에도 연일 상한가를 이어가며 화제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SK그룹은 이후 곧바로 SKIET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후속 계열사 상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2차 전지 관련 소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5조원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의 자회사로 백신 전문기업이다. NH투자증권은 주관사 선정 경쟁 과정에서 이 회사의 기업 가치로 3조원을 제시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연간 2억 개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SK네트웍스의 100% 자회사인 SK매직 역시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SK매직은 2018년 미래에셋대우, KB증권, JP모건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SK매직의 기업 가치 역시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SK그룹은 이 밖에도 다수 계열사들을 상장할 계획이다. 우선 SK그룹이 공식적으로 상장을 언급한 SK팜테코 이외에도 SK실트론, SK E&S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도 계열사 IPO를 다수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의 상장이 이미 예고됐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커머스 등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는 8월3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2만4000원이고 8월26~27일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가 상단 기준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는 1조7569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 주식이 1주당 6만~7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카카오페이지 회원 수는 35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한 2571억원, 영업이익은 141.9% 늘어난 306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페이지의 기업 가치는 최대 5조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해외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 역시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아직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장 계획은 공식화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기업 가치가 10조원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최근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다. 설립 3년 차인 지난해 13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 1분기에는 1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단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순이익을 넘어섰고, 2분기에 또다시 268억원의 순이익을 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사세 확장이 IPO 원동력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의 월실질이용자수(MAU)는 지난 6월 기준 1173만 명에 이른다. 국내 모바일은행 앱 가운데서도 이용자 수 1위여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카카오페이, 카카오커머스, 카카오모빌리티 상장도 고려되고 있다. 해당 계열사들은 현재 증권가에서 모두 조 단위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SK그룹과 카카오가 계열사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놓고 두 기업집단의 사세 확장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SK그룹과 카카오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속성장한 대표적 기업집단으로 꼽히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현대차를 제치고 삼성그룹에 이은 국내 2위 기업집단으로 도약 중이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 독주 시대를 무너뜨리면서 IT업종을 주도하고 있다.

SK그룹과 카카오의 성장세는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자산 기준 기업집단 순위를 발표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SK그룹의 자산은 171조원이고 현대차는 219조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SK그룹은 자산을 218조원으로 늘리며 223조원의 현대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5월에는 현대차가 235조원, SK가 226조원으로 격차가 약간 벌어졌지만 2017년 발표 당시 47조원에 이르던 격차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카카오는 올해 공정위 발표에서 자산 14조2000억원으로 2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자산 10조6000억원으로 32위였는데 한 해 만에 순위가 9계단이나 뛴 것이다.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해 45위(자산 8조3000억원)에서 올해 41위(자산 9조5000억원)로 4계단 상승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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