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윤석열-추미애 양강 구도...尹 30%p 급등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9 08: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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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김명수 대법원장 지목률 변함 없고 4위 조국 전 장관은 떨어져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인 부문(중복응답 3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장관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윤 총장의 지목률은 67.6%로, 지난해 조사 39.8%에서 30%p 가까이 급등했다. 윤 총장은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전체 순위에서도 5위(5.1%)를 차지했다. 올해 1월2일 취임한 추 장관은 47.8%의 만만치 않은 지목률을 받으며 2위에 올랐다.  

지난해 2위에 올랐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3위(12.9%)로 밀려났지만, 지목률은 지난해(13.9)와 큰 차이가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4위를 차지했는데, 지목률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3.8%로 크게 낮아졌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5위·2.4%)과 김영란 전 대법관(10위·1.2%)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초대 처장으로 거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6위(2.0%)를 차지했다. 현재 공수처법 위헌 소송이 제기된 상태인 데다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되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첫 번째 인사를 통해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검사장이 7위(1.7%)에 올랐다. 이 지검장은 8월7일 발표된 추 장관의 두 번째 인사에서도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되며, 윤 총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견제 카드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공동 8위·1.3%)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권을 지켰다. ‘대쪽 판사’ ‘딸깍발이 법조인’으로 알려진 김 전 대법원장은 율사(律士)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전 대법원장과 함께 공동 8위에 오른 인물은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대법원장으로 오명을 남겼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재판은 법원 여름 휴정기를 마치고 최근 재개됐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식물 총장’ 윤석열, 검찰 밖 평가는 오히려↑

윤석열 총장, 추미애 장관, 조국 전 장관은 물론 이성윤 지검장까지 모두 검찰개혁과 관련된 인물이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김영란 전 대법관 역시 공수처장 하마평에 오르며 높은 지목률을 얻었다. 영향력 있는 법조인 상위 10명 중 6명이 검찰개혁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검찰개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 총장에 대한 평가를 보면 검찰개혁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직전에 실시된 시사저널의 ‘2019 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인’ 조사에서 윤 총장은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졌다. 정부·여당은 윤 총장을 “적폐 검찰” “정치검사”라고 부르고 있다.

윤 총장의 입지는 1년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윤석열 사단’이라고까지 불렸던 핵심 참모들은 모두 좌천됐다. 대신 그 자리는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윤 총장을 말할 때 ‘고립무원’ ‘식물 총장’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 윤 총장의 입지가 줄어들었을지언정 여론은 오히려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지목률이 크게 높아졌고,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야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1위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조국 전 장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윤 총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추 장관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지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과도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이 높아진다면 검사의 직접 수사를 내려놓을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의 뇌물, 5억원 이상의 경제 범죄, 5000만원 이상의 알선수재, 배임수증재, 정치자금 범죄 등으로 한정하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시행령 제정안 등을 입법 예고했다.

조 전 장관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언론과 야당 등을 상대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법무장관 지명 1년을 맞은 8월9일 SNS를 통해 “한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허구다. 시류에 따라, 조직의 어젠다와 이익에 따라 ‘맹견’이 되기도 하고 ‘애완견’이 되기도 한다”면서 “검찰은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OECD 국가 최강의 권한을 휘두르는 ‘살아 있는 권력’으로 행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한 것으로 안다. 문재인 대통령 성함을 15회 적어놓은 울산 사건(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면서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출간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이른바 조국백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검찰 ‘쿠데타’로 규정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고, 추 장관은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두 ‘2021 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인’ 조사 이전에 옷을 벗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이성윤 지검장 등을 비롯한 친(親)정부 성향 검사들은 여전히 자리를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2021 가장 영향력 있는 법조인’ 조사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도 내년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성패가 명확히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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