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그린카진흥원 운영 ‘복마전’…“광주시 통제력 상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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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감사결과, 비리·방만 운영 다수 적발…“총체적 난맥상”
채용비리·직원은 부인 회사에 하청, 기관장은 사무실에 고가 카펫
10명 징계 요구에 달랑 2명만 가벼운 ‘견책’…“광주시 깔아뭉개”

광주형일자리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최대 주주이자 광주시 산하 출자기관인 광주그린카진흥원에 대한 광주시의 감사결과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났다. 그린카진흥원은 채용 절차를 부적절하게 운영하고 직원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무를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광주시는 ‘10명 징계’를 요구했으나 직원 2명만 가벼운 징계 수준인 ‘견책’하는 등 시늉만 내 “상급기관 처분을 깔아뭉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산하 기관인 그린카진흥원에 제대로 된 통제력을 행사하고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는 최근 그린카진흥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6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해 직원 10명에게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취하고, 2건은 환수, 14건은 개선을 요구했다. 그린카진흥원의 직원은 50여명인데, 그 가운데 5분의 1에 가까운 인원에서 비위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적발 내용도 다양했다. 기관장의 불법 관용차 구매, 직원 가족 회사와의 하도급 계약 체결, 뚜렷한 기준 없는 자의적 직원 채용 등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광주그린카진흥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그린카진흥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우선 기관장부터 규정을 위반했다. 배정찬 그린카진흥원장의 경우 광주시 규정 상 관용차량을 둘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준대형 세단 K7을 3년간 리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카진흥원은 광주시 산하 3급 기관장 사업소에 준하는 기관이라 배기량 2000cc 미만 중형차와 배기량 1600cc 미만 소형 SUV를 각각 1대씩만 보유할 수 있다. 

또 배 원장은 사무실에 고가 카펫을 깐 사실도 적발됐다. 또 광주시 규정에 어긋나게 과도하게 많은 차량을 임차한 뒤 직원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직원은 기관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교통비를 신청해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직원은 자신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와 행사 용역계약을 맺은 것이 적발됐다. 다른 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 과정에서 먼저 과도하게 까다로운 규정을 내세운 뒤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이었다. 그린카진흥원은 수의계약 과정에서 견적 금액이 타당한지 조사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방만하게 하도급 계약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비리도 있었다. 직원을 채용하면서 내부 직원만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합격자 24명 가운데 6명을 심사위원이 자의적으로 합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위 구분 표기를 작성 요건에 맞추지 않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모호한 기준을 정해놓고 임의로 적용했다.

광주그린카진흥원이 1대 주주인 광주형일자리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기공식 ⓒ광주시
광주그린카진흥원이 1대 주주인 광주형일자리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기공식 ⓒ광주시

이처럼 그린카진흥원의 비리와 방만 경영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광주시의 통제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광주시는 일찌감치 그린카진흥원이 이번 감사 결과조차 제대로 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봐 이같은 현실을 스스로 반증했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그간 진흥원의 행태를 보면 신뢰할 수 없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우려는 곧바로 현실화 됐다. 그린카진흥원 측은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2명을 가장 가벼운 징계 수준인 ‘견책’하는 데 그쳤고, 인사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았다. “인사 문제 등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며 광주시의 감사 처분을 보기 좋게 묵살했다. 앞서 광주시는 인사, 회계, 계약 등에서 다수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10명(6건)을 징계해달라고 진흥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그린카진흥원은 공용차량을 출퇴근 등에 사적으로 사용한 직원에 대해 ‘견책’ 징계를 의결했다. 또 규정에 없는 전용 차량을 임차한 담당 직원을 견책하기로 했다.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직원을 채용하고 축·부의 화환과 현금을 중복으로 지급하는 등의 지적된 문제에 대해서는 ‘징계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행사 용역을 담당 직원의 배우자에게 맡긴 것이나, 동일한 사업을 3차례 분할 계약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 징계를 요구했는데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5일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려는데, 인사권이 진흥회에 있어 인사위원회 결정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장실에 고가 카펫을 깔고 규정에 없는 전용 차량을 임차하거나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배정찬 원장에 대해서는 인사위에서 권한이 없고 이사회에서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해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광주그린카진흥원은 광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기획과 기업지원을 담당하는 광주시 출자기관이다. 광주형 일자리 합작 법인인 광주 글로벌모터스에 광주시를 대리해 483억원을 투자한 1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분율은 2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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