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조승우 “황시목은 여전히 고독한 검사”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9 16: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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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로 돌아온 배우 조승우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방영될 즈음, 포털사이트에 ‘조승우’라는 이름을 치면 뒤늦게 그에게 입덕했다는 팬들의 ‘고해성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승우 배우님 멜로 없을까요?’ ‘뒤늦게 입덕을 신고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있네요’ ‘꺄~~조승우! 뒤늦게 《비밀의 숲》 몰입 중~’ ‘조승우 앓이…(두근두근)’ ‘정우성보다 조승우!’ ‘조승우는 무표정인데도 왜 이렇게 설레는 걸까요’ ‘왜 이제야 그가 눈에 들어온 것일까요?’ 등 셀 수 없이 많다. 데뷔 20년의 베테랑 배우를 마치 신인 보듯 열광하는 광경이 신선할 정도다. 이렇듯 조승우는 연기로 말할 뿐이다.

그의 대표작 《비밀의 숲》 시즌2가 시작됐다. 《비밀의 숲2》는 검경 수사권 조정 최전선의 대척점에서 다시 만난 ‘고독한 검사’ 황시목과 ‘행동파 형사’ 한여진이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로 다가가는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지난 2017년 처음 공개된 이후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입체적 캐릭터, 눈을 떼기 어려운 연출로 마지막까지 용의자를 추리하게 만들었던 《비밀의 숲》의 후속작이다. 《비밀의 숲》은 제1회 더서울어워즈 드라마 부문 대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고, 2017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10에 지목되는 등 시청자는 물론 국내외 평단의 인정을 모두 받은 작품이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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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수연 작가가 지난 시즌에 이어 집필을 맡았다. 거기에 《함부로 애틋하게》 《땐뽀걸즈》를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영상미를 구축한 박현석 감독과 의기투합해 전편과는 또 다른 무드를 선보인다.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조합에 조승우는 “이수연 작가는 사회 전반적인 인물의 내면 속에서 본질, 시스템의 가장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고 말했고, 배두나는 “박현석 감독은 치밀하고도 감각적인 연출로 최고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현석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시즌1을 교과서로 삼았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그 무게감이 얼마나 짓눌렀는지 모른다”고 운을 떼며 “시즌1의 정말 팬이다. 작업한 모든 분을 사랑한다. 영광스럽게 작업했고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 라인업도 막강하다. 드라마 《라이프》, 영화 《내부자들》, 뮤지컬 《스위니 토드》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신들린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조승우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센스 8》, 영화 《마약왕》 《터널》 등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 중인 배두나가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으로 돌아와 ‘믿보배 커플’로 맹활약 중이다.

다시 돌아오게 된 조승우와 배두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 힘을 합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모습들을 좋게 봐 주신 것 같다”며 “이 세상의 부정부패는 없애기가 힘들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황시목과 한여진 같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시즌2에서도 변함없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인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준혁, 윤세아가 이들과 다시 의기투합하고 전혜진, 최무성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밀의 숲2》는 매주 토·일 밤 9시 방송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황시목 검사’로 돌아온 조승우를 만났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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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왔다. 달라진 점이 있나.

“새 시즌에 임한다는 게 정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시즌2는 시즌1과 결이 다르다. 아예 다른 작품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해서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무엇보다 시즌2가 제작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격려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즌2는 시청자의 사랑으로 만들어졌다.”

 

조승우는 2017년 시즌1이 방영된 후 “시즌5까지 가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배두나 또한 “《비밀의 숲》은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작품이다. 특히 조승우씨가 시상식에서 ‘시즌5까지 가자’고 하니 나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지금도 《비밀의 숲》은 인기 콘텐츠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인기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첫 번째가 작가님의 글 구성이 범상치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꼴 보기 싫은 현실 속에서 두 주인공이 정상적 사고를 갖고 힘을 합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 모습을 좋게 봐 주신 것 같다. 또한 각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사회와 인물들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남기는 작품이다. 그 모든 균형이 잘 이뤄진 것 같다.”

캐릭터의 변화는 있나.

“여전히 정의롭고 여전히 고독한 황시목이다. 혹시 아직 시즌1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다시 보기를 부탁드린다(웃음).”

《비밀의 숲2》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이 대척점을 이루고 그것에서 이야기가 출발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황시목과 한여진이 무엇을 하는지 봐 주셨으면 좋겠다.”

《비밀의 숲2》 조승우 둘러싼 검사 3인의 케미


《비밀의 숲》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든 캐릭터들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땅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깊이 몰입할 수 있다는 것. 《비밀의 숲2》의 첫 방송 전에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도 배우들은 선과 악,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캐릭터의 향연을 이번에도 작품의 특징이자 주목해야 할 포인트로 꼽았다. 그리고 이들의 예고대로 드라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했다. 특히 감정을 잃은 고독한 검사 황시목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인생의 지향점을 가진 검사들이 등장, 황시목과 의외의 케미를 터뜨렸다.
 
#1 권위주의 검사 최무성


황시목을 대검찰청으로 호출한 이는 바로 우태하(최무성) 부장검사였다. 더 이상 검경 협의회를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그가 보기에 황시목은 활약상 있고, 외부 평가도 후하기 때문에 협의회 구성원으로 갖다 쓰기 딱 좋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황시목이 내부 문제에 눈감지 않고, 정도를 가기 위해 조직 문화를 거스르는 일이 잦은 인물이라는 것.
원래 가려던 부임지 원주에서 대검찰청으로 남들은 꿈에서나 바랄 고속도로를 타고도 좋아하는 기색 하나 없었고, 우태하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형사법재단은 임시조직의 최대 존속기간인 5년을 초과해 규정을 어기고 9년째 존치 중인 사실상 상설화 기구다”는 팩트를 아무렇지 않게 날렸다. 아직까지는 황시목의 태도에 살짝 당황하거나 심기가 불편한 기색만 조금 내보이고 있지만, 조직과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우태하가 황시목을 어떤 칼로 꺼내 쓸지는 두고 볼 일이다.
 
#2 생활형 검사 이준혁
황시목과 달리 서동재(이준혁)는 꿈에서나 바랄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인물이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의적절한’ 시기에 우태하 부장을 직접 찾아가 경찰의 약점이 될 만한 카드를 꺼내 승부수를 띄웠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우태하의 관심을 얻은 자신과 달리 대검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황시목을 보자 또다시 질투가 끓어올랐다. “지가 왜 대검에 있어. 누군 발버둥을 쳐도 안 되는데”라며 투덜거린 이유였다.
지난 시즌 서동재는 황시목을 끊임없이 질투했고, 황시목은 그런 그를 선배 취급하지 않아 뜻밖의 재미를 유발했던바, 2년 뒤 《비밀의 숲2》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우태하의 지시하에 수사에 공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예고돼 있어 이들의 관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3 적당주의 검사 박성근

지난 시즌 강원철(박성근)은 조직의 룰에 충실하면서도 소신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황시목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통영 사고의 불기소 처분서 결재란에서 발견된 그의 이름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피의자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자마자, 불기소 처분이 떨어지기까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
이 처분의 부당함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황시목이 찾아왔을 때 강원철은 석 달 열흘 검토한다고 해서 기물 파손이 익사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에서 내린 판단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황시목이 이의를 제기한 이유는 그가 과정을 무시하는 처분을 내렸다는 점. 강원철은 “지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라며 정곡을 찌르는 후배 황시목이 불편하면서도, 꺼내 쓰기 좋은 잘 드는 칼이지만 언제 또 서랍 속으로 버려질지 모르는 그를 걱정하기도 했다. 2회까지만 봤을 때 ‘적당주의’ 검사가 된 강원철이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에게 어떤 존재가 돼 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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