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금융사고 야기하는 금융위 해체해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2 10: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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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성인 홍익대 교수 “노동이사제 도입해야”

“섣부른 금융정책을 펼친다고 하면서 툭하면 금융사고를 야기하는 금융위원회는 해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금융 감독은 민간의 감독기구에 맡기고 정부는 손을 떼야 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라임·DLF 사태 등 최근 벌어진 대형 금융사고의 책임 대부분이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있다고 했다. 일련의 금융사고 상당수가 금융위가 금융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섣부르게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현실참여형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인터뷰는 전 교수의 견해에 귀 기울이는 여당 의원이 많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금융사고 수습책을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하나씩 뜯어보자. 취업 비리라는 초유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있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국내 금융지주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회사들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이 직장들은 ‘사실상의 뇌물’로 제공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값어치가 높다는 얘기가 된다. 바로 여기서 취업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수요와 공급 논리가 딱 맞아 떨어진다. 재발 방지는 결국 처벌에서 나오는데,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뇌물을 준 사람 즉 금융회사 경영진을 처벌하거나, 뇌물을 받은 사람인 유력 정치인을 처벌하거나, 아니면 둘 다 처벌하는 것이다. 저는 뇌물죄의 논리를 원용하면 청탁을 하고 뇌물을 받은 사람인 유력 정치인을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무단변경 같은 사건은 어떻게 막아야 할까.

“우리 사회에 아직도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전 여기에 금융위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2017~18년까지만 해도 금융위는 ‘차명계좌는 물론 도명계좌(명의자 동의 없이 개설된 계좌)도 실명계좌’라거나 ‘비실명 계좌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식의 억지를 부려왔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한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내에서 승승장구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의 고위직으로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제도를 손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사람을 잘 골라 쓰는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라임·DLF 등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금융 당국의 책임은 없나.

“일단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부분은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판매사 직원들이 무리하게 불완전판매를 한 핵심 이유는 판매 실적을 직원 성과에 직접 연결시키는 성과평가지표(KPI) 때문이다. 이 지표를 만드는 것은 결국 판매사들의 최고경영자(CEO)다. CEO의 책임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다음으로 감독 당국의 책임 문제가 대두된다. 근본적으로는 사모펀드 일반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핵심 원인이다. 자산시장의 발전을 위한다면서 무책임하게 규제를 완화했던 금융위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져야 한다.”

금융사고를 낸 금융회사들에 대해 금감원과 금융위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종종 연출된다.

“금융위 입장에선 금감원의 징계 권한 행사가 못마땅한 듯하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 권한은 자신이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정황 증거는 있다. 올 초 금감원장이 중징계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찬성표를 던졌다. DLF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됐고, 이에 감독 당국이 징계를 내렸는데, 금융위 통제하에 있는 또 다른 감독 당국인 예보는 연임을 반대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전말을 철저히 파헤치고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요구를 해야 한다.”

금융 당국 누구도 사태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무엇을 제일 시급히 바꿔야 할까. 

“저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섣부른 금융정책을 펼친다고 하면서 툭하면 금융사고를 야기하는 금융위는 해체해야 한다. 또 정부는 금융 감독을 민간의 감독기구에 맡기고 손을 떼야 한다. 정부가 통화정책을 하나? 안 하지 않나. 다음으로는 공무원의 직권 남용이나 직무유기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엄정해져야 한다. 특히 공무원이 가진 재량권을 ‘자유재량’이 아니라 ‘기속재량(반드시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함. 즉 일정한 법령 위반 사항은 반드시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해야 함)’으로 판단하는 판결 방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사원과 금융위 퇴직 공무원들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고문 등으로 가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 역시 로비스트 등록법 등을 제정해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재직 시에 퇴직 후를 미리 염두에 두고 이상한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사외이사제가 있음에도 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사외이사 제도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사외이사·사내이사·등기이사·비등기이사 등 모든 이사는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회장이 선정한다. 우울한 이야기지만 팩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하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주주는 현재 상법이나 다른 특별법에 의해 상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회사의 이해관계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인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 감시에 관해 거의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회사가 잘못되면 비단 주주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인생을 날려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지주회사 회장이 선임하는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매수될 가능성도 훨씬 작다.”

두 번째로 필요한 요소는 뭔가.

“다음으로는 감사를 분리 선출하고 감사 선출에 대주주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이다. ‘대주주는 경영을 하고, 소수 주주는 감시한다’는 원칙이다. 정부가 최근에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상법 일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 중 상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소한 이 개정안은 21대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또 필요한 제도는 뭘까. 

“제도도 중요하지만 법원이 변해야 한다. 금융사고 소송을 해 보면 법원이 ‘힘 있는 사람 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정말 우리 사회에서 ‘유전무죄·무전유죄’가 사라졌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이런 불신이 사라져야 소송을 통한 시장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으로 다 뒤집혀버린다. 법원이 정말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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