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극우 목사’ 전광훈을 어찌하오리까
  •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20.09.01 08: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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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쇼크’에 위기감 느끼는 개신교… ‘반공·친미’로 무장한 보수주의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전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한기총은 이미 개신교계에서 대표성을 잃었지만, 전후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 언론은 한기총이 교계를 대표하는 줄 알고 앞다퉈 보도했다.

반정부 집회를 이끌며 보수·우파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전 목사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신문·방송 할 것 없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한국 언론이 이단·사이비 교주를 제외한 특정 목사를 이렇게 주목한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교계에서 전 목사의 존재는 비교적 일찍 알려졌다. 그는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복음화시키겠다는 취지로 1998년 청교도영성훈련원을 세웠다. 전 목사는 전국을 돌며 부흥 집회를 이끌었고 여기에는 주로 목사, 목사 아내(사모), 전도사 등이 참석했다. 전 목사는 초창기 은인과도 같은 대형 교회 목사를 만나면서 날개를 달았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였다. 김 목사는 친미·반공 투사였다.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고 할 만큼 근본주의 신앙관을 지닌 인물이다. 주변의 소개로 알게 된 김홍도 목사는 전 목사를 금란교회 부흥강사로 초청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훗날 김 목사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총재를 맡았다. 전 목사는 금란교회에서 수십 차례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를 개최했고, 이 때문에 그의 인지도는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8월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8월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려한 언변으로 청중 휘어잡은 부흥사 출신

전광훈 목사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A목사는 “초창기 금란교회에서 집회할 때 직접 가서 본 적이 있다. 1, 2층이 꽉 찼는데 수천 명이 참석했다. 말 그대로 대단했다. 청교도영성훈련원에서 교육받은 사람 대다수는 지금 전광훈 추종자가 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언변으로 사람을 휘어잡았다. 목사임에도 설교 도중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사실과 거짓을 오가는 ‘과장법’을 즐겨 쓰곤 했다. 다른 부흥사들과 차이가 있다면, 정치색이었다. 교인 눈치를 보느라 정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여타 부흥사들과 달리 전 목사는 거리낌이 없다. 그의 정치관은 반공·친미가 근본을 이루고 있었다(전 목사는 여러 집회에서 “어릴 때 서울로 상경해 친척 어른으로부터 ‘반공·친미’ 역사 교육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줄곧 이명박·박근혜와 같은 보수정권을 지지·옹호해 왔다.

사랑제일교회에 27년 넘게 다녔다는 B장로는 “전 목사님은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정치색이 뚜렷했다. ‘미국’ ‘복음 통일’ ‘이승만’ 등과 같은 이야기를 설교 시간에 자주 했다. 특히 주사파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이번 정부 들어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 온 전광훈 목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입국론 등 네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이 네 가지 축을 대한민국에 심어놓았고, 그 결과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체제를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리고, 공산주의·사회주의로 갈 거라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야외 집회를 하면서 사랑제일교회 성도 수는 4000명으로 늘었다.

‘민족 복음화’를 이루겠다던 전 목사는 목회 사역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뛰어들었다. 직접 기독 정당을 만들어 2008~20년 네 차례 총선에 뛰어들었다. 물론 한 번도 국회에 들어가진 못했다. 물론 교계 일각에서는 ‘목사가 왜 정치를 하느냐’고 비판한다. 그럴 때마다 전 목사는 자신은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으며 좋은 정치인을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치 목사’를 바라보는 개신교계의 시선은 불편하다. 사랑제일교회를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인식할 정도다. 개신교 주요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은 8월18일 성명에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본연의 종교활동을 넘어 정치집단화됐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 조속하게 교회의 본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재개발 문제로도 시끄럽다. 조합과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지만, 563억원을 줄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가 안팎으로 시끄러워지면 장로회가 나서서 중재하는데, 사랑제일교회는 다르다. 지금까지 전광훈 목사 1인 체제로 굴러오다 보니 이를 제재할 내부 인물과 기구가 없다. 이는 교회 측도 인정하는 바다. B장로는 “우리 교회는 목사님이 정하신 뜻대로 간다. 재정과 행정 문제 등에 우리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고 했다.

앞서 전 목사는 2016년 3월께 기자를 만나 교회가 재개발되면 500억원을 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교인들이 “보상금을 위임하고 처리 결과에 대해 심판하거나 따지지 않기로 했다. 공증까지 다 받았다”고 밝혔다. 보상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문제는 오로지 자신의 결정에 달렸다는 뜻이다. 일반 교회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사랑제일교회에서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사랑제일교회, 文 정부의 코로나 데이터 조작설 제기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고 있다. 사죄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사랑제일교회는 정부가 방역에 실패해 코로나가 확산됐다며 맞서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확진자 수를 조작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여기에 반정부 집회에 가담해 온 극우단체들까지 합세해 정부 당국을 맹공하고 있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런 사랑제일교회를 향해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회원로회는 8월24일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되었는데도, 정부의 방역활동을 왜곡하고 거짓 선동으로 불신을 조장해 방역활동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교회복음주의연합도 8월25일 “우리는 전광훈과 일부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반생명적·반사회적인 인식과 행태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예수는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귀를 열고 들어야 할 당사자는 사랑제일교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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