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역사를 2만 년으로 끌어올린 달서구 선사유적
  • 심충현 영남본부 기자 (ckorea21@hanmail.net)
  • 승인 2020.09.06 14: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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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선사시대로 사업, 미래세대에 전달할 문화 콘텐츠”

서울과 대구를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는 우리나라 내륙의 전형적인 산지 풍광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에 강인한 침엽수들이 이어진다. 차창을 내리면 산 냄새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렇게 여주를 지나 충주와 문경을 통과하면 대구에 이른다. 유천네거리에서 월배14길 쪽으로 계속 나아가면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이름이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진천동이다. 한반도에 살던 인류가 청동기를 사용하며 문명을 꽃피운 곳이다. 

최근 대구 달서구가 전국적인 관광지로 인기다. 청동기 인류의 삶을 발굴해 놓은 진천동 입석도 좋지만, 달서별빛캠프 캠핑장과 대구수목원도 인상적으로 부각되는 탓이다. 새로운 관광 모델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만 년을 이어온 삶터인 달서구를 대구 관광의 1번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달서구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랜드마크 조형물인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에 대형 마스크와 함께 참을 인(忍)자를 새겨 넣었다. ⓒ 달서구청
달서구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랜드마크 조형물인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에 대형 마스크와 함께 참을 인(忍)자를 새겨 넣었다. ⓒ 달서구청

‘선사시대로’에 담긴 先史와 現代의 하모니

대덕산과 금호강, 낙동강이 합류하면서 부채꼴 모양 충적지인 월배선상지가 형성됐다. 이를 중심으로 금호강의 물길 따라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선사유적이 널려 있다. 진천동 입석은 도시 한가운데 있다. 주변에 5기의 석관묘가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석축기단 위에 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바위 모양이다. 표면에 새겨진 ‘동심원’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 이 동심원은 성혈과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바위와 석관묘는 청동기시대 원시신앙과 매장의식을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 1998년 이 선사유적이 국가사적 제411호로 지정된 이유다. 

대천동에도 선사유적이 있다. 이곳에는 방형·원형·장방형 주거지 16동과 석관묘 68기, 수혈 7기 등이 넓게 분포돼 있다. 무문토기와 지석, 석검, 석촉, 적색마연토기 등 부장품도 출토됐다. 청동기시대 장례문화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으로 손꼽힐 만하다. 2006년 월성동 아파트 건립 부지에서는 백두산이 원산지인 흑요석 좀돌날, 긁개 등 1만3184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대구 역사를 5000년에서 2만 년으로 끌어올리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선사문화를 뽐내려는 달서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달서구는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문화적 연속성이 이어진 독특한 선사유적지다.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있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이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달서구는 선사유적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누구나 알기 쉽고 찾고 싶은 관광 테마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살아난 원시인이 돌도끼로 안내판을 내리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사유적공원 입구 관광안내판을 만들었다. 단박에 큰 화제를 모았다. 오랜 역사를 담은 지역 랜드마크도 만들었다. 깊은 잠에 빠진 원시인을 형상화한 대형 원시인 조형물을 제작하면서다. 

선사시대 테마 벽화거리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선사시대로 거리박물관’이라는 테마로 이색적인 거리 전시회도 열었다. 구석기 유물인 좀돌날과 청동기 유물인 붉은간토기 등 실제 유물을 10배 크기로 확대해 선사 스템프 투어를 펼쳤다. 탐방객과 관광객의 큰 호응을 받은 것은 덤이다. 

달서구는 선사 콘텐츠를 탐방코스에도 활용한다.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랜드마크 조형물인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에 대형 마스크와 함께 참을 인(忍)자를 새겨 넣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선사시대로 캐릭터를 이용한 ‘선사시대로 탐방’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했다. 선사시대로를 좀 더 친근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이태훈 구청장은 “관광종합개발계획 수립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선사테마거리와 선사시대로 거점공원을 중심으로 한 입체적인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지역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서구는 2022년까지 ‘선사문화체험관’도 건립한다. 선사유적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체험관이 완공되면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과 대구의 새로운 관광벨트 구축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이 구청장은 “대구의 역사를 5000년에서 2만 년으로 끌어올린 달서구 선사유적은 미래세대에 전달할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보전·활용돼야 한다”며 “달서구의 ‘선사시대로’ 사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수목원이다. ⓒ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수목원이다. ⓒ 대구 달서구

선사유적 바탕, 도심 속 힐링 공간도 다양

달서구는 선사유적을 바탕으로 한 도심 속 힐링 공간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송현동의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은 2018년 3월 개장한 이후 주민들과 캠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은 총 2만2900㎡ 부지에 카라반 14대, 오토캠핑장 15면, 데크캠핑장 15면, 숲속테크 11면 등 총 55면의 캠핑사이트와 165면의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 물놀이장, 놀이터, 샤워장, 취사장, 체육시설, 별모양 포토존,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등 부대시설도 마련돼 있다. 그야말로 도심 속 쉼터로 제격이란 평이다. 

지난달 1일 달서구는 환경부 주관 생태놀이터 공모사업비 2억3000만원에 자체 예산 3억원을 함께 투자해 만든 아름다운 숲속·생태놀이터를 개장했다. 숲속·생태놀이터는 3100㎡로 널찍하다. 기존 놀이터처럼 획일적인 놀이시설과 달리 자연 속 재료와 숲이 어우러진 짚라인 케이블카, 통나무 건너기, 모래놀이장 등 자연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했다. 어린이들이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숲속에서 모험심을 키울 수 있는 멋진 놀이터다. 대구의 유일한 숲속·생태놀이터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달서구는 내년까지 52억원을 들여 캠핌장 내 잔디광장에 지하 1층, 지상 2층 1200㎡ 규모의 목재문화체험장도 만든다.

대구수목원도 빼놓은 수 없는 힐링 명소다.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수목원이다. 내방객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게 특징이다. 수목원은 약초원·활엽수원·침엽수원·야생초화원·화목원·방향식물원·괴석원·죽림원 등 21개 주제를 가진 전문 수목원으로 구성돼 있다. 목본류 450종, 초본류 1300종 등 총 1750종 35만 본의 식물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실내전시장에는 선인장·분재·수석 등이 즐비하다. 

이곳에서는 숲과 자연생태 관련 자료들을 전시할 산림사료전시관이 건립 중이다. 이 구청장은 “대구수목원은 2002년 5월 개원 이래 연간 1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교육적 전시 여건을 갖춘 자연학습장으로 영남권 중심 수목원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이곳은 수목원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 시민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해 특별한 대안 없이 장기간 방치된 곳이었지만,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 식물공간으로 복원함으로써 환경부가 지정한 전국 자연생태 우수 사례지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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