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나는 소리 '이명' 우습게 보면 안되는 이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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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술·담배 피하고, 규칙적인 숙면·식습관·생활 습관 가져야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갑자기 ‘삐~’ 소리가 들리거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질환이다. 인구의 75%가 평생에 한 번 정도는 경험하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흔한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이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 저하와 함께 퇴행성 이명이 발생하거나 귀 손상이 올 수 있다. 또 순환기 장애나 성인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명은 50대에 많이 발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환자도 많다. 시끄러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명 환자는 2014년 28만여 명에서 2018년 약 32만 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명 증상이 일부 환자에게는 미래의 청력 손상이나 치매와 같은 뇌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구적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명은 소리가 본인에게만 들리는 자각적 이명과 다른 사람에게도 들리는 타각적 이명이 있다. 자각적 이명은 난청, 중이염, 만성 신장 질환 등을 동반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타각적 이명은 전체 이명의 10~15%를 차지하며 귀 주변을 지나는 혈관에서 나는 소리, 귀와 목 주변 근육의 수축이나 경련에 의한 소리, 턱관절이나 이관 기능 장애 등 체내 소리가 몸을 통해 귀에 전달되는 경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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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경미한 청력 저하나 특정 주파수대의 청력 저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 대부분은 청력 저하보다는 이명을 더 잘 느끼기 때문에 이명으로 인해 청력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명이 커지거나 더 자주 들린다고 해서 이로 인해 청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명이 잦아지거나 커지는 경우는 오히려 청력 저하가 진행돼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이명을 유발하는 경우도

이명은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성 이명 환자 중 62%가 우울 장애로 고통받고 있으며 45%는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들이 뇌의 흥분을 고조시키고 대뇌피질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이명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즉 몸이 피곤하거나 긴장하는 경우 이명이 커질 수 있으며 충분하게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도 이명이 악화할 수 있다. 또 이명이 지속되면 피로감이 생기고 수면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심하면 집중력 장애와 기억력 장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명의 원인을 분석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청, 메니에르씨 병 외 기타 내과적인 질환들을 감별 진단하고 반드시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인지 행동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아연과 비타민 B12 결핍은 이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은행나무 추출물은 뇌 혈류를 개선해 이명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멜라토닌을 보충해 만성 이명 환자의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방법도 있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이명에도 좋지 않다.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450~599mg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 하루 150mg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여성보다 이명 발생 확률이 더 낮았다. 다량의 카페인이 이명 위험을 감소시키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역할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그러나 다량의 카페인은 위에 염증이나 위산과다를 유발할 수 있다.

이명은 원인이 다양하므로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기는 어렵다. 이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소음이 많은 환경을 피하고 금연과 금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노력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신정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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