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싱글 1위,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 하재근 문화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4 14: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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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기 완전히 공인돼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공개되자마자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1위에 올랐다.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선 무려 4회 연속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싱글 차트에선 《온(ON)》의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래서 싱글 차트 정복이 숙원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핫100 차트에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1위다. 현지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아시아권 가수론 두 번째 사건이다. 1963년에 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3주 동안 1위에 오른 이후 57년 만이다. 2010년에 《Like a G6(라이크 어 지식스)》를 1위에 올린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아시아계 멤버들이 결성한 팀이었다. 하지만 팀 자체는 미국에서 결성돼 미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아시아 가수가 아닌 미국 가수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 가수로는 역대 두 번째, 57년 만의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기존 비영어권 대형 히트곡들은 ‘원 히트 원더’, 즉 단발성 깜짝 히트의 성격이 강했다. 《스키야키》 《마카레나》 《강남스타일》 등이 모두 어떤 유행의 폭발로 이벤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반면에 방탄소년단은 2017년 《DNA》 67위부터 같은 해 《마이크 드롭(MIC Drop)》 28위,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 10위, 2019년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8위, 2020년 《온(ON)》 4위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계단식 성장을 해 왔다. 인기의 저변을 꾸준히 넓혀오며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쌓아온 것이다. 이번 싱글 1위를 계기로 대중적 인지도가 더 올라가고 팬덤의 크기도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더욱 거대한 인기가 예상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이너마이트》가 1위에 오른 이유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곡이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인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한국어 노래를 고수하고 있었다. 빌보드 차트는 미국 차트다. 한국어는 미국인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특히 라디오가 보수적이어서 외국어 노래는 잘 틀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 방탄소년단이 엄청난 인기에도 빌보드 싱글 차트 순위가 높게 나오지 않았었다. 이번에 영어로 노래를 내자마자 미국 라디오가 문호를 열면서 1위가 가능해졌다.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작정하고 빌보드를 준비했다. 빌보드 차트 산정 시점에 딱 맞춰서 싱글을 공개한 것이다. 방탄소년단 측이 마음만 먹으면 빌보드 1위가 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높다. 

방탄소년단이 영어 노래를 했다고 해서 변심했다고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 그동안 한국어만 고집한 것이 매우 이상하고 특이한 것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국제 스타다. 팬도 외국인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비교적 보편적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이번 영어 노래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한국어 노래와 영어 노래를 병행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미 한국어 노래로 충분히 성공을 거둔 이후에 영어 노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해외 팬들도 이것을 상업적 변신이라기보다 팬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소통의 노력이라고 받아들인다. 

이번엔 노래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무겁거나 사회적 메시지가 강했다. 반면에 《다이너마이트》는 부담 없이 흥겹게 들을 수 있는 디스코풍 노래다. 그래서 더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무겁고 깊은 메시지를 담은 노래도 의미 있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상업적인 음악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 이런 노래들을 더 발표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위상은 더욱 창대해질 것이다.
《다이너마이트》에는 복고의 의미도 있다. 우리의 복고는 1990년대가 중심인데 서양은 1980년대를 전후한 시기가 중심이다. 그때 현대식 팝문화가 시작됐다. 그 출발점에 있는 것이 마이클 잭슨, 디스코 등이다. 《다이너마이트》는 디스코 분위기와 마이클 잭슨 안무를 차용해 따뜻하고 흥겨운 뉴트로 콘텐츠로 ‘코로나 우울’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 줬다. 

방탄소년단이 8월30일(현지시간) 미국 MTV 뮤직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AP 연합
방탄소년단이 8월30일(현지시간) 미국 MTV 뮤직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AP 연합

그래미가 대관식이 될까 

빌보드 싱글 차트 석권으로 마침내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완전히 공인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서구 매체들이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라고 했었는데, 열광적인 팬덤으로만 보면 그런 평가를 수긍할 만하지만 싱글 1위에 다다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앨범 차트 1위는 팬덤의 인기로도 가능하지만 싱글 1위는 좀 더 보편적인 사랑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 그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축구단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SNS에 자축 메시지를 올렸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사진과 함께 ‘Cause I, I, I’m in the stars tonight.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오늘 밤 나는 별들 안에 있어. 내가 불을 지펴 밤을 빛내는 걸 지켜봐)’라고 적었다. 바로 《다이너마이트》의 가사다. 이 노래의 전 지구적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에서도 8월21일 ‘글로벌 톱50 차트’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1위 를 한 것이다. 이 역시 한국 가수 최초의 기록이다. 영국 오피셜 차트의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는 3위로 진입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하며 붐이 일고 있기 때문에 영국 차트 1위 달성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가수가 팝의 종주국인 영미 차트를 동시에 석권하는 모습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롤링스톤지는 “방탄소년단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역사다. 

방탄소년단에게 남은 고지는 그래미상이다. 《다이너마이트》 이외에 올 초에 발표한 《블랙스완》 《온》도 모두 예술성이 돋보였다. 올해 새 앨범도 발매되기 때문에 또 다른 신드롬도 예측된다. 그렇다면 이번엔 그래미도 문을 열 수 있다. 그래미에서 방탄소년단의 대관식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분위기면 세계 최대 투어로 이어질 텐데 코로나19가 아쉽다. 멤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입대 시기도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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