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4 12: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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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 타개책으로 대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에 닥쳐온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과제를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의 축소는 전염병보다 더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정체된 변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으며 방향타를 잘 잡는다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성공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모든 정부가 그때마다 나름의 경제정책 상징을 만들어냈지만 정권과 함께 잊힌 걸 기억한다. 이 정부의 이른바 뉴딜 정책이 그 전철을 밟지 않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가 하나 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시장과 유리되고 국민들은 끝까지 그 개념을 몰랐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뉴딜은 정책이면서 사업이 돼야 한다. 정책이 정부의 의지와 힘으로 하는 것이라면, 사업은 시장의 논리와 자본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 사업의 주체는 자본을 대는 쪽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사업성을 부여하고 기업이 사업의 주체가 돼 성공의 과실을 정부와 가계가 공정하게 나누는 구조를 짜야만 일방적 정책이 아니라 사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자본시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마침 올해 초부터 기업과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에서 보여주듯 기업과 가계의 막대한 유동성이 자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뉴딜이라는 사업의 판을 키우는 데 이들 자금을 잘 활용해 성과를 나누고, 그 성과가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견고한 구조를 짜야 할 것이다. 투자처를 정하지 못하고 떠도는 부동자금과 부동산으로만 몰려 있는 가계 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뉴딜 사업의 시행자들, 즉 우리 기업들에 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속도가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그와 관련한 대응도 다소의 방향 차이가 있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경쟁적 변화의 시도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다수 나라가 디지털과 그린을 지향하는 정책과 사업을 벌일 것이다. 그 사업의 지경은 글로벌이 될 것이고 선점한 기업들과 선점당한 시장이 출현할 것이다. 변화가 경쟁이고 그 경쟁의 성패가 더 큰 변화의 차별적 원동력이 될 것이다.

특별히 그린 뉴딜을 추진하다 보면 지엽적인 부작용과 그를 걱정하는 사회적 불협화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숲을 훼손하면서까지 풍력발전을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대표적이다. 선택의 기준은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가 만드는 일자리와 그 효익의 차별성이 돼야 할 것이다. 테슬라가 독일 공장을 건설하며 처했던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독일 법원이 불과 며칠 만에 법적으로 허용한 예에서 보듯이 이제 전 세계는 더 큰 경제적 효익과 더 장기적인 발전 모델에 대한 속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친절한 홍보와 투명한 집행 그리고 공정한 배분이 사업의 속도를 올릴 것이다.

셋째, 영속적인 사업의 구조를 짜야 한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영속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기업은 자본을 넣지 않을 것이며, 가계의 돈 역시 넣게 해서는 안 된다. 사업의 영속성은 취지의 정당성과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법과 제도에 의해 보증된다. 정부와 여당은 관련 법안을 만들고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필요하고 참여하겠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대를 동시에 만들어가야 한다. 소통이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이 4대강이나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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