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특수로 영업이익 ‘1조 클럽’ 증권사 나올까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9.09 10: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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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하반기 기대감도 ↑
운용수익 증가 여부가 최대 변수

올해 1분기와 2분기 극과 극의 실적을 보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하반기에는 어떤 성적표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분기 호실적의 배경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기대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을 달성한 증권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다만 상반기만큼의 운용수익이 나올지 불투명하고 투자은행(IB) 부문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실적 개선에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시사저널 이종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시사저널 이종현

지옥과 천당 오갔던 상반기 증권사 실적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난 1분기에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것이 원인이었다.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운용손실이 불어났는데,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과 주식 등의 헤지(hedge·위험 회피)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평가 손실이 컸다.

일부 증권사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연간 순이익을 냈던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13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파생상품 평가 손실에다 자회사의 해외 펀드 평가 손실이 겹쳐진 데 따른 영향이었다. 초대형 IB인 KB증권 역시 지난 1분기 14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분기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증권사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과 이들의 매수세로 나타난 증시의 가파른 반등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주식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고 증시 상승에 따른 운용 수익도 발생했다.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증권사들의 실적 반등이 이뤄졌다. 키움증권은 2분기 22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 기록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만 하더라도 순이익이 67억원에 그쳤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30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증권사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다. 3분기 상황이 2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분기 실적을 이끌었던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 기대감이 높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증시에서 활발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산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30조96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인 18조3000억원 대비 7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 7월 일평균 거래대금도 23조9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많았다. 주식 거래대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들의 주식 거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해외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분기 23조원 수준이었는데, 7월에는 23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크지 않았던 해외 주식 수수료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 상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2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1899억원 중 20%가 해외 주식 거래에서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유력 증권사 

다만 운용수익이 지난 2분기만큼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은 증권사 실적에 우려 요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호실적은 브로커리지 부문뿐만 아니라 증시 급등과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주식 및 채권 부분의 운용 수익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며 “3분기 들어 거래대금은 상승했지만 증시는 사실상 횡보 상태이며 시장 금리도 변동성이 감소해 운용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IB 부문의 실적도 관건이다. 국내 56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IB 수수료 수익은 1조78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IB 부문은 그동안 증권사 실적 상승에 큰 기여를 해 왔는데,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24%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악화된 영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3분기에도 두드러진 실적 성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IB 수익에 큰 역할을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은 리스크 규제로 성장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반기 실적 기대감과 함께 영업이익 ‘1조원 클럽’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은 다수의 국내 초대형 IB CEO(최고경영자)들이 목표로 세우고 도전했던 기록이니만큼 상징성이 크다. 현재까지 이 기록을 달성한 증권사는 전무하다.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장 유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52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준하는 실적만 낸다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은 다소 갈리는데, 지난달 나온 보고서 기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1조310억원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유안타증권은 9570억원, 교보증권은 82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 밖에 브로커리지 부문 강자인 키움증권도 이론상 1조원 클럽 도전이 가능하다. 키움증권은 올 1분기 103억원의 부진한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31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지난 2분기를 넘어서는 성과를 낸다면 영업이익 1조원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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