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공모주 시장에서 큰 수익 가능할까
  •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1 14: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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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

최근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공모주 청약이 뜨겁다.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 증거금은 58조5543억원(청약주식 48억7952만 주)으로 집계됐다. 주식 공모란 기업을 공개(IPO)할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청약자를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업 공개란 주식을 증권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종목으로 지정하는 일을 뜻한다. 

핵심은 주식시장이 호황이라 공모시장도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모주 투자의 ‘장기적인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세계 주식시장의 장기투자 성과를 연구해 온 미국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IPO에 투자하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에 58조원이 넘는 돈이 몰리며 최근 공모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다시 드러났다. ⓒ연합뉴스

공모주 투자의 장기 성과는 부진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그리고 한국의 네이버처럼 성공한 주식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제레미 교수는 장기적으로 IPO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미 상장된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뒤떨어진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1968년 이후 8606건의 IPO를 전수조사했다. ‘공모 때 매수한 후 지속적으로 보유’한다고 가정해 수익률을 조사했는데 충격적인 결과를 발견했다. IPO 주식 중 단 5분의 1만이 시장 수익률을 앞섰다. 불과 5% 미만의 기업들만 매년 10%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주식시장이 붐을 이룰 때 IPO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표》는 1980년 이후 40년에 걸친 한국 종합주가지수(코스피) 수익률 분포를 보여주는데, ‘종(鍾)’ 모양의 정규분포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스피의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8.2%에 이르는데, 안타깝게도 0~20%의 성과를 기록할 확률은 23.1%에 불과했다. 4년에 한 번 정도만 평균 전후의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반대로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은 생각보다 컸다. -1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가 20.5%로 가장 잦았다. -20~-10%라는 참혹한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무려 15.4%에 달했다. 

여기서 의문을 느끼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마이너스 수익의 가능성이 이렇게 높은데 8.2% 평균 수익은 어떻게 난 것인가?” 답은 바로 ‘극단적으로 높은 플러스 성과 시기’에 있다. 1999년이나 2009년 같은 시기에 연평균 가격이 100% 혹은 그 전후까지 상승해 전체 평균 성과를 끌어올렸다. 즉 우리 주식시장은 주가가 폭락(1998년, 2008년)했을 때 매집해야 성과를 기록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주식을 매집해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내부자의 매도’ 문제다. IPO에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나 관계자 입장에서 “주식 가격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될 때는 대대적인 매도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에는 ‘의무보호예수’라는 제도가 있어 상장 후 6개월 동안은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청약에 참가한 기관투자가들은 그 이전에 매도가 가능하다). 따라서 의무보호예수가 풀리는 시기를 전후해 상장 기업의 주가는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공모주가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상장 첫날의 급등(공모주의 경우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까지 상승 가능)을 제외하고 나면 이후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이야기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상장 첫날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큰 초과 성과(코스피 수익률 대비)를 기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주주의 의무보호예수가 풀리는 180일째의 수익률 차이를 살펴보면 소형 기업은 무려 -12.79%를 기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공모 규모가 100억~500억원대 중형 기업의 상장일과 180일째의 수익률 차이 역시 -10.83%를 기록하고 있으니 의무보호예수가 풀리는 시기 전후에는 매매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말의 국민주 경험 잊지 말아야

흥미로운 사실은 IPO 주식의 부진이 최근에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1980년대 말 한국 정부가 포항제철와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 주식을 ‘국민주’ 형태로 매각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주란 1980년대 초 마거릿 대처 총리의 영국 보수당 정권이 영국 석유(BP)를 필두로 통신·철도·가스 등 10여 개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 그 주식을 국민에게 할인가격으로 대량 공급한 것을 의미한다.

대처 정부는 국민주 매각을 통해 공기업 민영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산층과 서민층의 재산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당시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BP 국민주의 경우 1983년 200만 명이 청약하더니 1987년 추가 매각 때는 무려 940만 명이 몰렸다. 당시 증시 활황과 맞물려 국민주에 앞서 투자했던 사람들이 큰 재미를 봤다는 소식이 퍼진 결과였다. 그러나 끝은 좋지 않았다. 1989년 이후 증시 버블이 붕괴하면서 막차를 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놀란 사람들은 주식을 던졌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수중으로 헐값에 넘어갔다. 

안타깝게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 공기업이던 포항제철 주식을 국민주로 팔았다. 330만 명이 7주씩 배정받았다. 주식은 1만5000원에 공급됐는데 상장 직후 2만5000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다음 해 한국전력도 국민주로 내놓았다. 그러나 상장 직후 매각한 사람들이 1인당 최고 7만원 안팎의 차익을 남겼을 뿐 계속 보유한 투자자들은 5년 넘게 고생했다. 

세계 각국의 국민주 정책은 왜 실패로 끝났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당시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무려 20%에 이르는 거대한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을 유발했다. 국민주 매각 시점이 10년에 걸친 주식시장의 호황이 끝나고 1990년대 초반의 세계적인 불황을 앞둔 시기였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이상과 같은 경험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량기업이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때는 장기보유 전략이 유망하지만 ‘공모주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접근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잘 살려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로 성공 투자의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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