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의 반란…LG화학 배터리 분사에 이틀간 11% 급락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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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 반발 속 17일 6% 넘게 하락
주주들 “BTS 없는 빅히트나 마찬가지…투자자 우롱”
업계는 긍정평가 “100% 자회사, 기업가치 손실 없어”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6.11% 떨어진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사 추진이 공식화 된 전날에도 5.37% 떨어져 이틀 동안 11.16% 하락했다. ⓒ 연합뉴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6.11% 떨어진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사 추진이 공식화 된 전날에도 5.37% 떨어져 이틀 동안 11.16% 하락했다. ⓒ 연합뉴스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결정한 LG화학의 주가가 이틀간 11% 넘게 뒷걸음질쳤다.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온 LG화학 주가는 '알짜' 사업 부문의 독립 소식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면서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 분리가 장기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분사 소식에 급락한 LG화학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6.11% 떨어진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사 추진이 공식화 된 전날에도 5.37% 떨어져 이틀간 11.16% 하락했다. 

'배터리 3사'인 삼성SDI(-0.89%)과 SK이노베이션(-0.32%)도 이날 코스피 하락(-1.22%) 영향에 약세를 보였지만, 급락한 것은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이 나홀로 수직 하강을 한 것은 배터리 부문 분사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영향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신설 법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향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LG화학 배터리 분사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7일 4700명이 넘게 동의했다. ⓒ 청와대 게시판
LG화학 배터리 분사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7일 4700명이 넘게 동의했다. ⓒ 청와대 게시판

실망한 개미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소식이 전해진 후 소액주주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배터리 사업 전망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법인이 분리되면 투자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존 주주가 분사한 배터리 사업체 주식을 나눠 받는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이 되면,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체 주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포털사이트 주주 게시판과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BTS 없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거나 "배터리 성장세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출하는 의견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배터리가) 분사해도 100% 자회사로 편입돼 (LG화학의) 연결 실적에는 문제가 없지만 화학이 본업이 되면 배터리 고성장에 따른 프리미엄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게시물 작성자는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날 오후 현재 4700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빅딜·전기차·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이 회사에 투자했는데, 분사하게 되면 우리가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한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적 분할을 취소하고 인적 분할을 검토하는 등 주주들이 손해를 입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거나, 물적 분할을 하려면 주주 피해를 복구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LG화학이 17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LG화학이 17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증권업계는 긍정 평가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분사가 향후 LG화학 성장과 전반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배터리 부문이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지배력이나 기업가치 손실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가 조정은 분사한 배터리 사업 가치가 현재보다 높을지에 대한 의문과 배터리 주식을 사고 모회사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배터리 분사는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및 평가가치(밸류에이션) 회복에 단연 긍정적"이라며 "(분사로) 배터리 사업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고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LG화학 주가에 내재한 배터리 사업의 가치는 중국 CATL 대비 58%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기술력, 매출, 이익 성장성은 CATL보다 우위에 있으나 시장 PER을 고려해도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 분할을 해도 배터리 부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연결 반영이 이뤄진다"며 "지배력 상실 가능성이 없어 기업가치 훼손 요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 유치나 IPO를 하면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전망"이라며 "여러 사업부와 혼재되면 저평가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분사 후 CATL 등 글로벌 전지 기업과 직접 비교해 제대로 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전지 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고, 향후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 재원 마련이 가능해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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