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수사정보 흘린 전 靑행정관 징역 4년 선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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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4년·벌금 5000만원, 3600여만원 추징
김봉현 회장에 금품·향응 받고 수사 문건 건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제3자 뇌물수수·금융위원회 설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3667만여원의 추징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평소 스타모빌리티 명의의 법인카드와 술·골프 접대 등을 받아온 김 전 행정관은 라임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지난해 8월 김 전 회장에게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공정한 업무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김 회장으로부터 스타모빌리티가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등의 사실을 직접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감기관인 라임의 검사에 관한 금감원의 계획 등이 담긴 문건을 열람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상시 피고인이 김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으면 라임 검사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범죄로 나아가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분명 존재한다"며 "엄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행정관은 공판 과정에서 "김봉현 회장과 동향 출신에 고등학교 동창이어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적인 업무에 지연·학연을 이용한 사적 이해관계를 구성하는 범죄는 국민들에게 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의심과 박탈감을 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김 회장으로부터 3700여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기고,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올려 1900여만원을 받게 한 대가로 금감원의 라임 관련 검사 정보를 빼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 금감원에서 청와대로 파견돼 금융시장 모니터링·금감원 내부 자료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등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사태 피해자 중 한 명인 개그맨 김한석씨가 올해 초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녹취록에는 투자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이 김씨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김 회장을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회장님"이라고 칭하고, 김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라임을 막아주고 있는 분"이라고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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