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두 모금에 ‘환각질주’?…“한 모금으로도 환각물질 치솟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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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대마 흡입 운전자 7중 추돌사고 내…미국, 불법약물 운전자 대다수가 대마 복용

최근 부산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운전자 A씨(45)는 대마를 피우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두 모금을 흡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선 ‘그 정도로 환각에 빠질 수 있나’라며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외국 정부와 학계의 반응은 다르다. 한 모금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마약 질주'를 벌인 운전자가 9월18일 오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난뒤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이 질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에서 '마약 질주'를 벌인 운전자가 9월18일 오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난뒤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이 질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마 속 환각물질 THC, 흡입 뒤 3~10분 농도 유지돼

대마의 성분 중 향정신성 효과가 가장 큰 물질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다. 이는 뇌의 일부를 극도로 활성화시켜 환각작용을 일으킨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04년 낸 보고서에서 “겨우 대마초 한 모금만으로도 THC 농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THC 농도는 대마초 흡연 중에 정점을 찍고, 흡연 뒤 3~10분 동안 농도가 유지된다. A씨는 운전대를 잡기 10분 전에 대마를 피웠다고 털어놓았다. 즉 THC 농도가 치솟은 상태에서 주행을 한 것이다. THC 농도는 대마초를 흡연한 지 2~3시간이 지나서야 급격히 떨어진다. 

THC는 소량을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심혈관계와 중추신경계에 강한 반응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몽롱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 심박동 증가, 혈압 상승, 결막 충혈 등을 동반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대마가 운전자의 반응 속도와 판단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대마를 흡입하는 것이 운전에 그렇게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대마를 흡입하면 평소보다 운전 속도가 느려져 다른 차를 추월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최근에는 연구는 다른 연구가 나왔다. 캐나다 정부 자문기구인 약물오남용예방센터(CCSA)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대마 흡입 후 운전 속도와 차선 변경 빈도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가상 실험과 현장 실험을 병행한 결과다. 이어 “대마는 보행자의 갑작스러운 출현 등 예기치 않은 상황 발생 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올 3월 국제 과학저널 《약물 및 알코올 의존증》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만성적인 대마 흡입자는 과속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를 한 모금 흡입하면 THC 농도가 혈액 1ml당 7~18ng(나노그램)으로 상승한다.

캐나다, THC 검출량 2번 기준 초과면 징역형

캐나다는 마약 투여 운전자 적발 시 THC 농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 그 농도가 5ng 이상이면 벌금 1000 캐나다달러(우리 돈 88만원)를 받게 된다. 농도 기준 초과로 한 번 더 걸리면 최소 징역 30일, 최고 5년에 처해진다. 만약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THC가 검출되면 최고 10년형까지 올라간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일부 주(州)들은 마약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운전자의 소변이나 혈액에서 소량의 마약 성분이라도 검출될 경우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정부 조사(NSDUH)에 의하면, 불법 약물을 투여한 뒤 적발된 운전자는 1260만명에 육박한다. 음주 운전자(2050만명)의 절반이 넘는다. 또 불법 약물로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복용한 것은 대마였다. 

이번에 대마 흡입 후 ‘환각 질주’를 벌인 A씨는 9월18일 구속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이날 “사안의 내용이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9월14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교차로에서 SUV로 오토바이와 승용차 등 7대를 들이받았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시민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A씨에겐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 위반 혐의와 함께 도로교통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경찰은 A씨에게 대마를 건넨 동승자 B씨에 대해서도 약물운전 방조 혐의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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