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관광공사 소송전 촉발시킨 민주당 부산시당의 ‘민원서 유출’ 논란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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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노조위원장 상대로 한 손배소에 민주당에 낸 '민원서' 증거로 제출
민주당 부산시당 "외부유출 없었다" vs 곽영빈 노조위원장 "부산시 정무라인 거쳤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자료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곽영빈 부산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이 민주당 부산시당에 낸 민원서가 고스란히 손배소 소송에 활용되면서다.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최근 곽 위원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배소를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소장에서 “피고(부산관광공사 곽영빈 노조위원장)는 원고(정희준 사장)가 부산관광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노조위원장’으로서의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의 이름을 내세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고를 음해해 왔다”면서 “그 중 하나로 피고는 2020년 4월경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 터무니없는 허위사실과 원고에 대한 중상모략으로 가득 찬 ‘민원서’(갑제1호증)를 제출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곽 위원장은 민주당 부산시당에 12장 분량의 민원서를 제출했다. 정 사장의 업무 행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곽 위원장은 민원서에서 “(정 사장이) 노동 존중 실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미숙한 조직운영으로 회의비 부당사용, 부당한 업무지시, 채용 및 각종 인사문제, 아르피나 이관 관련 노동자 무시 등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여당과 노동자 권리향상 현안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민원서도 그가 민주당 권리당원 자격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퇴진 요구 집회 중인 부산관광공사 노조. ©시사저널 박비주안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퇴진 요구 집회 중인 부산관광공사 노조. ©시사저널 박비주안

이 민원서가 정 사장의 손배소 증거로 제출되자 민주당 내부의 민원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당시 부산시당 사무처 직원이 민원서를 수령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부산시당의 자체 확인 시에는 본 민원서의 외부 유출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 사실을 민원서 제출자인 곽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곽 위원장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곽 위원장은 “민주당 부산시당 이외에 민원서를 제출한 곳이 없고, 내가 직접 외부로 유출할 이유가 어디있겠느냐”면서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로서 당을 믿고 민원서를 제출했다. 민원서가 부산시 정무라인을 거쳤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고소장으로 돌아오니 민주당이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민원서로 촉발된 명예훼손 손배소에 대해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부산지역본부, 부산지역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 부산공공성 연대 등 부산의 노동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단체는 성명을 내고 “정 사장은 앞서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도 같은 쟁점의 소송을 제기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곽 위원장은 그간의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받아 현재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라면서 “곽 위원장이 아닌 정 사장을 즉각 해임하고 내부갈등을 유발한 부산시 관계자들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단체는 또 “부산시가 실시한 ‘2020년 부산광역시 산하 공공기관장 역량(설문) 평가 결과보고’에서 정 사장은 부산시 산하 6개 공사·공단 중 평가 결과 최하위자”라며 “(정 사장은) 2년 연속 ‘불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이같은 노동단체연대 성명서에 대해 해명자료 배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부산관광공사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내·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함을 원칙으로 대응했지만, 개인의 명예와 인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문건을 정치권에까지 투서한 행위는 용납이 어렵다”며 “이 소송은 명예회복 및 사실관계 정정의 필요에 따라 ‘개인의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이라고 해명했다. 또 ‘2년 연속 불명예의 전당’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장에 대한 역량평가는 직원들 대상의 설문조사로 기관장 평가의 여러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특히 2019년도 결과는 2018년 11월에 취임한 정 사장의 평가가 아닌 전임 사장의 평가로 2년 연속 최하위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2+1 책임평가제’를 시행 중이다.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부산관광공사도 2+1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책임평가제 결과보고는 지난 6월 23일 결재가 완료돼 현재 행안부의 최종 결과보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6개 공사·공단 이사장 중 1위가 92.89점인데 반해 최하위를 기록한 정 사장은 63.91점으로 타 공사와 현저한 점수차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전국적 확산으로 지연된 부산시 공공기관장 최종평가는 곧 최종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민주당 부산시당으로 제출한 민원서의 경우 부산시당 내에서도 특정 사무국 관계자만이 본 민원서를 받았다고 한다면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전파가능성’의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면서 “정 사장이 개인의 자격으로 고소를 했다고 하지만, 고소장에 ‘부산관광공사 사장’과 ‘부산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이라는 직책이 표기돼 있어 사인(私人)간이 아닌 공적인 관계로 인지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 해석했다.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이 부산관광공사 노조위원장 A씨를 상대로 한 고소장 내용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민원서가 명시되어 있다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이 곽영빈 부산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소장 일부. ©시사저널 박비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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