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격 공무원, ‘월북 가능성’에 무게…北은 신분확인 요구에 “답변 안했다”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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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당국, 북한 통신 신호 감청한 첩보 확보…“월북 시도라고 판단”
민홍철 국방위원장 “북측에 ‘월북 의사’ 보인 것으로 확인”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 연합뉴스
정보당국의 첩보에 따르면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 살해된 공무원 A씨의 월북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북한에 피격 살해된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모습 ⓒ 연합뉴스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총격 살해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보당국의 첩보에 따르면 북측에 월북 의사를 보였다는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A씨가 월북을 시도했던 것이 확실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당국이 확보한 근거는 북한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이다. 이를 통해 A씨와 북측의 대화 내용, 북한군의 대처 상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A씨가 북측으로 간 것은 월북 목적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단”이라며 “월북을 시도하고, 북측으로부터 피격이 이뤄졌다는 것, 시신이 훼손됐다는 것은 한 덩어리로 파악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북측의 피격 사실 첩보의 신뢰도 수준으로 월북 시도 첩보의 신뢰도 역시 높다는 의미다.

또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월북 의사를 북측에 보였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구명조끼를 입은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할 때 신발을 벗어 놓고 간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등도 있다”며 해상으로 월북을 하기 위해 준비한 부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한 국방위원 역시 “신체를 띄우는 부유물을 발에 차고 완벽하게 준비해 그쪽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물때를 잘 아는 A씨가 간조여서 남에서 북으로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 그런 행위를 시도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청와대로 보낸 통지문을 통해 “우리측(북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해 신분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 한 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며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돼 10여 발의 총탄으로 사격했다”고 밝혔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아무개(47)씨의 친형이 24일 동생이 남겨두고 간 공무원증 등을 근거로 월북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은 A씨의 공무원증 ⓒ 연합뉴스
9월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9월24일 북한에서 피격 살해된 공무원 A씨가 본인이 근무 중이었던 어업지도선에 남기고 간 공무원증 ⓒ연합뉴스 ⓒ 연합뉴스

한편 유가족은 물론 동료들은 A씨의 월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A씨의 친형인 이아무개씨(55)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지난 21일 실종된 뒤) 24시간 이상을 우리 영해에 머물렀을 텐데 (정부는) 그 시간 동안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동생을 나쁜 월북자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다. 동생이 우리 영해에 있었던 미스테리한 시간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해수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자체 조사에 따라 “A씨가 동료들과 월북 얘기를 나눴던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A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사람(동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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