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정은 “文대통령·동포에 실망감 줘 미안”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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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 통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언급
실종 공무원 시신 아닌 부유물만 불태운 것이라고 주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서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 데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살된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남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북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유감을 표하며 "귀측(남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우리 지도부는 이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선전부는 총살 사건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며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 단속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신을 직접적으로 태운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선전부는 "22일 오후 정체불명 인원 1명이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됐다"며 "(침입자에 대한) 사격 이후 (총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은 가라앉아)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북한군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해 실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코로나19에 따른 국가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소각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당초 해당 수역 경비를 담당한 군부대가 작업 중이던 수산사업소 어선으로부터 정체불명 남성 1명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실종자에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상대가 얼버무리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 측은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해 공포탄 두발을 쏘자 (실종 공무원이) 놀라 엎드리며 도주할 듯한 상황을 조성했고 일부 군인들 진술에 따르면, 무언가를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을 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상부의 지시와 해상경계 근무 규정에 따라 실종자를 40~50m 앞에 두고 총탄 10여 발을 발사했고 사격 후 아무런 소리와 움직임이 없어 사살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은 이번 통지문이 우리 정부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북한 측에 공식 요구한 사항에 대한 답신으로, 사태 발생 경위와 국민에 대한 사과 및 유감 표명, 재발 방지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면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를 담은 내용도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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