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잃은’ 무궁화 10호 목포항 도착…‘비운의 귀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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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11일 만에···27일 오전 12시쯤 목포항 입항
A씨 동료들 오후 3시께 귀가…“심적으로 힘든 상황”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모항인 전남 목포항으로 돌아왔다. 

무궁화 10호는 이날 낮 12시 10분쯤 목포 북항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했다. 지난 16일 어업지도를 위해 연평도 해역으로 목포항을 떠난 지 11일 만이다. 당초 25일 귀항 예정이었으나 사고 현지에서 해양경찰의 조사를 받느라 이틀 늦은 이날 귀환한 것이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만에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들어서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만에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들어서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어업지도선으로 연평도에서 목포항까지 통상 15~20시간 걸린다. 그러나 499톤 규모의 무궁화 10호는 안전을 위해 주간에만 운항하고 밤에는 해상에 정박하며 출항 27여시간 후인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해남군 화원면 대한조선 인근 해역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목포 북항 쪽으로 20여분 더 운항한 뒤 정오 무렵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했다.

이날 무궁화 10호가 도착해 어업지도원들이 하선하자 인근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던 시민들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던 서해어업관리단 직원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무궁화 10호에는 A씨와 함께 승선한 15명의 동료 어업지도원이 11일째 그대로 탑승하고 있었다. A씨의 실종 이후 동료들은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어업관리단 한 관계자는 “A씨의 실종 이후 동료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 체력적으로 지친 부분도 있지만,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동료들은 목포항에 입항절차 등 거쳐 서너 시간 뒤인 오후 3시께 일단 귀가 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A씨와 함께 승선했던 동료들은 목포항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선상에서 무선 장비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조사가 이뤄진 만큼 별도 면담계획 등은 없다”고 밝혔다.

무궁화 10호는 전날 오전 7시 55분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목포항을 향해 출발했었다. 지난 21일 A 씨가 실종된지 엿새만이다. 25일 목포를 향해 출항 예정이었던 무궁화 10호는 소연평도에서 2.2㎞ 떨어진 해상에 이틀 동안 머물며 인천 해양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만에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정박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만인 27일 낮 12시 10분쯤 목포 북항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접근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 만인 27일 낮 12시 10분쯤 목포 북항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정박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 만인 27일 낮 12시 10분쯤 목포 북항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정박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실종된 A씨는 2012년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해어업지도관리단에서 해양수산서기로 8년가량 근무했다. 그는 최근 3년간 다른 어업지도선에서 일하다가 지난 14일 근무지 이동 발령을 받고 무궁화 10호로 옮겨 탔다.

조타실에 있던 A씨는 21일 새벽 1시 35분쯤 '행정 업무를 보겠다'며 사라진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수사관 7명을 투입해 동료 진술과 당시 증거 자료 확보 등을 중점으로 A씨의 실종 당시 행적을 조사했다. 하지만 핵심 증거인 선내 CCTV 2대가 모두 고장 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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