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수색 8일째…‘시신훼손·월북’ 여전히 미궁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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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함정 등 선박 38척·항공기 5대 투입 대대적 수색
北, 남측 공동조사 요구에 침묵…사건 장기화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오전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오전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을 받고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이 8일째 이어졌다. 해양경찰과 해군 등은 대대적인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시신 수습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실종 공무원의 월북 표명과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남·북 입장이 배치돼 혼란을 더하고 있다. 북한이 청와대가 요구한 공동조사 요청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내놓지 않으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질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신 수색·행적 조사 속도

28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아무개(47)씨의 시신과 소지품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씨의 시신이나 소지품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떠내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연평도 서쪽부터 소청도 남쪽까지 가로 96㎞, 세로 18.5㎞ 해상을 8개 구역으로 나눠 해군과 함께 수색 중이다.

해군이 서해 NLL과 가까운 4개 구역을, 해경이 그 아래쪽 나머지 4개 해상을 맡았다. 이날 수색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29척과 어업지도선 9척 등 선박 38척과 항공기 5대가 투입됐다. 

해경은 해상 수색과 동시에 이씨의 실종 전 행적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내 공용PC와 그가 3년간 근무했던 무궁화 13호의 공용 PC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씨가 머물던 목포 숙소에서 개인PC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공용 PC와 이씨가 실종되기 사흘 전부터 고장 난 무궁화 10호 내 폐쇄회로(CC)TV 2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또 이씨가 실종됐을 당시 실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재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동조사' 응답없는 북한

이씨의 시신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해상 수색과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전날 북한은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북측은 공동조사나 남측의 조사 요청 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은 통지문을 통해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남·북 발표가 대치되고 있는 '월북 의사 표명'과 '시신 훼손' 여부 등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공동조사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계속될 경우 진상규명이 불가능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당국은 이씨가 22일 오후 3시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으며, 4시40분께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후 9시40분께 북한군이 상부 지시를 받고 총격을 가했다고 했다. 총격 전 5∼6시간 동안 북한은 이씨가 탄 부유물과 선박이 거리를 유지하며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한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난 25일 "우리 군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은 3시간가량 실종자를 해상에서 가까이 관리하다가 놓쳤다고 한다"며 "(우리) 군은 '분실'이라고 보고했는데 (북한군은) 2시간 정도 그를 찾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군 당국과 동일하게 이씨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면서도, 이후 총격까지 구체적 시간대별 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씨가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이후 현장 단속정장의 판단하에 북한군인들이 40∼50m 거리에서 10여 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월북 의사 표명에 대한 언급 없이 이씨를 '불법 침입자'라고만 규정했다.

'시신훼손'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군은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이 총격 후 시신을 해상에서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총격 후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의 판단은 첩보에 의존한 분석이어서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사건 전말을 세세히 공개하거나 물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 아니어서 부검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해방될 듯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공동으로 (조사)해야 양쪽이 승복할 수 있지 않겠나. 공동으로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라며 북한이 공동조사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사적 충돌 등을 예방하던 군사 통신선이 있었다면 이번에도 불행한 일을 면했을지 모른다"라며 "군사 통신선을 비롯해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복원되는 게 양측을 위해 모두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 만인 27일 낮 12시 10분쯤 목포 북항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정박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10호가 출항 11일 만인 27일 낮 12시10분쯤 목포 북항 서해어업관리단 전용 부두에 정박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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