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거의 모든 것의 서양 미술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9.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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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미술365》ㅣ김영숙 지음ㅣ비에이블 펴냄ㅣ392쪽ㅣ1만8500원

‘엥겔지수’라는 것이 있다. 가계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한 수치다. 독일 통계학자 엥겔이 이 수치를 조사했더니 저소득층일수록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더라는 것이다. 학자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당연한 이치다.

의식주(衣食住) 중 식, 먹는 일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기본 중 기본인데 가난할수록 끼니를 잇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잖은가. 내일 일용할 양식이 없는 집이 좋은 차를 타고 나가 고급식당에서 요리를 먹고,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 가당하겠는가 말이다. 육체적 생존을 위한 식료품을 넘어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지출을 할 여력이 풍부한 나라를 우리는 줄여서 ‘선진국’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막강해졌다. 그만큼 엥겔지수가 낮아졌다. 대부분 차가 있고, 맛집을 순례하고, 여행과 레저에 돈을 많이 쓴다. 등산을 위한 아웃도어 시장이 세계적이고, 값비싼 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순례하는 속칭 ‘롸이딩족’ 행렬이 줄을 잇는다. 어지간한 자치단체는 교향악단을 꾸리고 있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식료품을 넘어 문화, 예술, 오락, 스포츠 등 정신건강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다’는 말은 사실이다. 훌륭한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음악 귀,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감상할 줄 아는 심미안, 깨진 기왓장의 문화미에 감탄하는 지적 능력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투자(사랑)를 해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그런 것들에 대한 투자욕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은 선진국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365》는 장차 서양의 화가와 미술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솟는 사람이 단기에 감상력을 키우는데 독서의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일년 365일 동안 하루 한 페이지씩, 일주일 단위로 편성된 일곱 개 분야별로, 서양 미술을 공부, 감상, 깨우치도록 글과 그림으로 구성됐다. 일곱 개 분야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순서에 맞춰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와 기법, 세계사, 스캔들, 신화와 종교’로 나누었다. 이 책의 첫 일주일 분을 따라가보자.

<001. 월. 작품>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가 세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비극적으로 죽는 오필리아를 그린 캔버스 유화와 그림 탄생의 배경을 다뤘다.

<002. 화. 미술사> 기원전 3만 7천년 전에 그려진 ‘쇼베 동굴벽화’를 소재로 <원시미술 1>을 이야기한다.

<003. 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두 점을 소재로 화가 고흐의 삶에서 ‘자화상 그림’이 갖는 의미가 14줄로 정리됐다.

<004. 목. 장르와 기법> 안드레아 만테냐가 이탈리아 궁궐의 천장에 그린 그림을 소재로 소토 인 수 (Sotto In Su, 아래에서 위) 기법을 설명한다. 천장이 열린 듯 확장된 느낌을 주는 방식인데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시대까지 크게 유행했다.

<005. 금. 세계사> 에드가르 드가가 그린 <운동하는 스파르타의 젊은이들>을 소재로 스파르타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이야기한다.

<006. 토. 스캔들> 수잔 발라동이 그린 <에릭 샤티의 초상>을 소재로 몽마르트의 뮤즈 수잔과 <짐노페디>로 알려진 작곡가 에릭 샤티의 순애보를 이야기한다. 에릭 샤티는 떠나버린 수잔을 위해 <난 너를 원해 Je te veux>라는 곡을 남겼다.

<007. 일. 신화와 종교>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그린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소재로 고대신화와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고야의 의도를 설명했다.

<008. 월>은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대한 해설이 이어진다. 일단, 그림과 글의 편집이 ‘깔쌈’하고, 종이 또한 매우 고급스럽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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