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시행...경찰 수사종결권 ‘있으나마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1 1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9월29일 국무회의 통과...2021년 1월1일부터 시행
경찰 “수사종결권 형해화”
검찰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이뤄져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세부 이행방안을 담은 대통령령(시행령)이 9월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경찰은 “대통령령이 검찰개혁의 입법 취지를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특히 경찰은 “수사종결권이 사실상 ‘형해화(形骸化, 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는 것)’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애초부터 ‘검찰 힘빼기’에만 초점이 맞춰진 무리한 입법이었다”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논란의 경찰 수사종결권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다. 이 중 수사종결권은 ‘불송치 결정권’을 말한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4항은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 5 제2호). 즉, 검찰 없이 경찰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크게 반반했다. 검찰은 “불송치 결정권은 검찰의 기소권인 ‘불기소처분’을 경찰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원칙에도 배치된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수사를 개시하는 국가기관(경찰)에 수사를 종결하는 권한까지 부여해서는 안 된다”면서 “수사에 착수하는 사람이 결론(기소)을 못 내리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폐지했듯이,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기소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경찰 불기소 의견’ 검찰서 연간 2000여건 뒤집혀

그렇다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뒤집혀 기소된 경우는 얼마나 될까.

대검찰청의 ‘2015~2019년 경찰 불기소 송치사건의 검찰 처분현황’에 따르면, 연간 2000여건의 불기소 송치 사건이 뒤집혀 3000여명이 피의자로 기소됐다. 2015년 2652건의 사건에서 3229명이 기소됐고, 2016년 2706건-3247명, 2017년 2309건-2792명, 2018년 2194건-2641명, 2019년 2271건-2741명을 기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통계는 경찰의 수사종결권으로 매년 2000여건의 사건이 묻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만큼 검찰이 이를 통제하고 감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령 통해 검찰의 사법 통제권 강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는 대통령령을 통해 크게 강화됐다. 개정된 형사소송법(245조의 8)에 따라, 경찰의 불송치 결정 시 검사는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제63조 제1항)은, 명백한 증거·사실이 나오거나 반대로 허위·위조의 정황이 있을 경우 90일이 지난 후에도 '언제든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검찰은 재수사 결과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기소할 수 있을 정도의 명백한 채증법칙 위반이 있을 경우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제64조 제2항).

이와 관련해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령은 법률(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수사 요청 범위를 넘는 위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의 송치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대통령령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형해화·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검검 양측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제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는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이라는 저서를 통해 “경찰은 볼송치처분 이전에 불송치 가부에 대해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대체 경찰은 검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 불송치하는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단지 검사가 행하는 불기소처분에 유사한 처분을 하고 처분문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자기 명의의 처분장을 작성하고 싶었던 것일까. 실익도 없는 권한을 도입하려고 실무에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힐난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대통령령에 대한 의견서에서 “‘수사권 독립’이나 ‘검찰개혁’과 같은 구호가 마치 ‘수사구조개혁’과 동치되는 것처럼, 학계와 실무를 막론하고 무비판적으로 통용돼 왔다”면서 “국가의 형벌실현이라는 중요한 권력 작용의 하나인 수사권을 현재의 이해관계 당사자인 두 권력기관(검찰-경찰) 간의 권한분쟁과 땅따먹기 식 논쟁의 대상으로만 삼는다면, 이는 가치합리적인 목표설정에서 빗나간 일탈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