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해외여행 자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가 추석 연휴기간 중 해외로 출국해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려 대다수가 국내 여행으로 대체한 마당에 주무 부처 수장의 배우자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S는 10월3일 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출국 목적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냥 여행가는 거다. 자유여행”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방미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요 언론들은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근거로 이 교수가 요트 항해를 위해 출국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다 이번 여행을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음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블로그에는 한국 생활 정리, 직접 몰 요트와 구입 대금 송금,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숙박 및 렌터카 예약 등도 상세히 올라와 있다.

이 교수 “미국 내 기준으로 나는 자가격리 대상 아니다”

이와 별도로 그는 뉴욕에 사는 지인을 통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 등 미국 내 지역별 자가격리 기준에 대해서도 꼼꼼히 체크했다고 밝혔다. 블로그에 이 교수는 “내 해석으로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증가하는 장소로 (기사에) 언급된 35개 주에서 출발한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위 문서에는 외국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주요 언론들은 이 교수가 구입할 예정인 요트가 몇 년 전 25만 9000달러(약 3억원)에 매물로 나온 고가의 요트라고 보도했다.

한편 블로그에는 지난 6월에도 그리스 여행을 준비하다 취소한 것 외에 강 장관의 시아버지인 이기을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아들인 이 교수가 주도적으로 했다는 글도 실려 있다.

시아버지인 이 교수는 일제 말기 이른바 '5인 독서회(讀書會)' 사건에 가담했다. '5인 독서회'는 이 교수 등 중앙고보 학생 5명이 1940년 최복현 선생 지도로 민족정기 고취,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이듬해 여름방학 한 학생의 연락 편지가 일본 경찰에 발각되면서 전원이 검거돼 함흥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글에서 이 교수는 “11월 중순 심사결과가 최종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정부의 정책이 독립운동 등에 공로가 있는 선조들에 대해 긍정적인 정책을 보이고 있고 작년에 같은 사건으로 연루되었던 황종갑 장군도 독립유공자로 선정이 되었으므로 거의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고 기대했다. 

6월 중순 그리스 여행 준비하다 취소하기도

이날 출국 전 ‘공직자의 가족으로서 부담은 없느냐’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이 교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대답했다. 현재 외교부는 지난 3월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서 연기나 취소를 당부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매달 이 조치를 연장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강 장관 남편 이 교수의 해외여행 논란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사추세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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