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을 발견한 노벨상 수상자들 [노진섭의 the건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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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95% 이상 완치의 길 열어

1600년대 수혈 즉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치료법이 나온 후 수많은 생명을 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수혈에는 간염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뒤따랐습니다. 처음에는 A형과 B형 간염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비 알터 박사가 1975년 제3의 간염을 발견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A형과 B형이 아닌 다른 간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3의 간염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1989년의 일입니다. 마이클 호튼 박사가 원인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찾아내 C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간염 바이러스 A·B·C는 발견한 순서입니다. 찰스 라이스 박사는 2005년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노밸재단=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왼쪽부터) 
ⓒ노밸재단=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왼쪽부터) 

 

인류를 위협하는 4대 감염질환이 있습니다.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HIV) 그리고 C형 간염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세계적으로 약 7000만 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그 중 약 40만 명이 사망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인구의 1~2%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데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합니다. 국내 간경변증의 10%와 간암의 20%는 C형 간염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위에 설명한 세 명의 공헌으로 C형 간염 치료제가 개발됐습니다. 현재는 C형 간염 환자의 95% 이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C형 간염을 조기에 발견하면 8~12주 알약 복용으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류를 C형 간염 공포에서 구한 공로로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현재까지 C형 간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습니다.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C형 간염은 혈액으로 전파되므로 정맥주사 약물의 남용, 무분별한 성접촉, 면도기·칫솔·손톱깎이 등을 환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 비위생적인 문신·피어싱·침술 등을 피해야 합니다. 

도움말: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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