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전거 1시간 생활권’이 펼쳐진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2 14: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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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이면 ‘도심 자전거 출퇴근길’ 완성
동서남북 자전거 대동맥 구축해 ‘두 바퀴 혁명’ 시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서울도 그렇다. 서울은 어떤 공간인가. 서울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메트로폴리스이면서 동시에 600년 고도(古都)의 역사를 품은 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은 차로 달릴 때와 걸을 때의 매력이 확연히 다른 도시다. 적당한 속도가 보여주는 다른 풍경도 있다. 서울은 자전거로 달려야 비로소 내어주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릴 때 우리는 서울의 다른 표정을 보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자전거 여행)’는 소설가 김훈의 표현은 수백, 수천 개의 옛길을 품은 서울에 딱 맞는다.

자전거는 혼자 달릴 수 없다. 제대로 구비된 자전거길이 있어야 한다. 서울에는 한강을 중심으로 잘 닦인 자전거길이 있지만 서울 전체로 보면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특히 연결성이 부족하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자전거도로가 군데군데 끊겨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를 왔다 갔다 곡예 운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크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행자나 운전자도 100%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최근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단순히 민원 해결 수준이 아니다. 차량 중심의 교통환경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당연히 보행자 중심이 된다. 그리고 자전거가 뒤따른다. 그렇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도 바뀐다. 차도를 확보하고 보도를 만드는 기존 방식을 뒤집고 보행과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자동차가 중심이었던 한 세기의 교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셈이다. 

내년 봄이면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구 고산자교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왕복 11.88km의 자전거길이 열린다. ⓒ서울시 제공
내년 봄이면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구 고산자교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왕복 11.88km의 자전거길이 열린다. ⓒ서울시 제공

청계천로 자전거길, 사통팔달의 중추로

내년 봄이면 청계천의 시작점인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구 고산자교(2호선 용두역 인근)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왕복 11.88km 자전거길이 열린다. 서울시는 최근 청계광장~고산자교에 이르는 청계천로 직선구간 5.94km를 양방향(남북)으로 한 바퀴 도는 도심 순환형 자전거 전용도로(Cycle Rapid Transportation·CRT) 조성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내년 4월 개통이 목표다. CRT는 서울 자전거도로의 간선과 지선망을 타 교통수단과 상충되지 않고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네트워크망이다. 

청계천로 자전거도로는 서울 전역 동서남북을 막힘없이 연결하는 23.3km 자전거 대동맥을 구축하는 ‘CRT 핵심 네트워크 추진 계획’의 핵심 구간 중 하나다. 서울시는 올해를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의 원년으로 삼아 현재 940km 규모인 자전거도로를 2030년까지 총 1330km까지 단계적으로 완성해 자전거 전용도로율과 교통수단 분담률을 자전거 선진국 수준인 7%, 15%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서울을 ‘자전거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청계천 외에도 내년까지 세종대로부터 한강대로를 잇는 약 8km의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14개의 핵심 간선망을 설치해 자전거도로 대동맥을 연결할 계획이다. 핵심 간선망 구축과 함께 기존 면 단위로 조성된 생활권 자전거도로와의 단절 구간을 개선하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완성하면 촘촘한 거미줄과 같은 방사형 구조의 인프라를 통해 자전거 이동권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는 자전거를 통한 출퇴근과 통학 등 일상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상권 발달과 도시재생 및 관광상품 발굴 확대 등 서울 자체를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CRT 자전거 전용도로망 구축과 생활권 도로망의 연계,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 등을 통해 자전거로 서울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 유럽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교통수단 분담률 15%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담률 15% 달성 땐 車 28만 대 감소 효과 

서울시는 주요 간선망 신설과 함께 한강교량을 통한 강남·강북 자전거길 연결에도 나선다. 현재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6개 교량에 이어 2021년 말까지 추가로 가양·양화·동작·성수·영동·올림픽대교 등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 이동성을 대폭 확대한다. 서울시는 단순히 자전거로 한강을 건넌다는 의미를 넘어 이를 통해 서울식물원-노을공원·하늘공원, 현충원, 용산가족공원 등 주요 공원과 연계되는 관광루트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끊어진 자전거도로를 연결하고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시인성(視認性)을 개선하는 등 기존에 조성된 자전거 네트워크를 보완하는 데도 집중한다. 마곡, 문정, 고덕·강일, 위례지구 등 자전거도로 인프라가 갖춰진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 내 일부 단절 구간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결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절 구간을 발굴하는 동시에 올 하반기에 수요조사 등을 통해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 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결성도 확대한다. 서울시는 현재 지하철은 물론 버스와 택시 후면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거치대를 장착해 자전거를 휴대 승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사 구간이 많은 서울의 지형 특성과 기존 도로 상황 등을 고려해 자전거도로 구축에 한계가 있는 구간은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극복한다는 취지다. 

더불어 서울시는 시민이 만드는 자전거도시를 위해 자전거 인프라 구축 및 정비 과정에 시민 수요를 대폭 반영하는 온라인 거버넌스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이용자의 불편 사항을 자전거도로 신설 등에 반영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제안이나 신고하면 실시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도에 표시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동서남북 자전거 대동맥이 구축되는 것은 ‘자전거 1시간 생활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환경적인 면에서 그렇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목표대로 15%를 달성하면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약 80만tonCO2eq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매년 승용차 약 28만 대의 운행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자전거 이용이 많아질수록 교통을 더 원활하게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서울의 환경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황 실장은 “자전거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한 도심 내 역사, 문화공간 및 주요 공원 등에 대한 시민 접근성도 높아져 지역 상권과 관광까지 활성화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 수단이 바로 자전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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