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 일렁이는 밀양 사자평의 억새밭 여행
  • 김완식 영남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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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8경’의 한 축…가을 비대면 힐링 여행지로 각광 받아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늘상 나오는 말이 ‘다사다난’이다. 올해는 유난히 다사다난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긴 장마와 연속되는 태풍으로 추석 황금연휴에도 가족 간에 웃음꽃 피는 대화보다는 비대면으로 화상이나 음성을 통해 안부를 묻곤 했다. 

밀양시의 주산이자 영남 알프스의 중심산인 재약산 능선에 넓게 분포된 억새평원으로서 ‘밀양8경’의 한 축을 담당한다. ©밀양
밀양의 주산이자 영남 알프스의 중심산인 재약산 능선에 넓게 분포된 억새평원은 ‘밀양8경’의 한 축을 담당한다. ©밀양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우울감을 호소한다. 이럴 때 안전하면서도 갑갑함을 달랠 수 있는 숨은 힐링 여행지가 있다. ‘밀양8경’의 한 축인 밀양 사자평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밀양의 주산이자 영남 알프스의 중심산인 재약산 능선에 넓게 분포된 억새평원이다. 

수백만평에 달할 정도로 넓다. 또 해발 800m에 위치해 있어 과거에는 목장 사업이 발달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화랑도의 수련장이자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의 승병 훈련장소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군락지와 고원습지

대표적인 등산로인 표충사 코스를 이용하면 최단시간에 사자평을 다녀올 수 있다. 잘 닦여진 그늘진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의 절경이 반겨준다.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다.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조망하면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반대쪽 끝에서 다시 반대쪽 끝까지 셀 수 없는 은빛 자태들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억새밭 하면 으례 생각나는 스산함과는 거리가 먼 화려함의 극치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억새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육지가 분명한데 어느덧 풍경은 바다로 바뀌어 있다. 억새밭에서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바다 위를 쓸고 다니는 너울 파도소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팔을 벌려 숨을 크게 들이 쉬면 폐부 끝까지 가득 채워주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그 순간 마음을 옥죄어 오던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가 순식간에 정화된다. 사자평의 억새밭은 모든 오감을 통해 제대로 가을을 마시는 경험을 선사해준다. 그야말로 지금 시기에 적절한 여행지다.

얼음골 케이블카를 통해 이동하는 것도 또 다른 풍치를 맛 볼 수 있다. 선로 길이만 1.8km에 달하는 최장거리 케이블카 중 하나로 1020m의 상부승강장까지 단숨에 데려다준다. 승강장을 나서면 ‘하늘사랑길’이라고 불리는 280m규모의 데크로드가 전망대까지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우측에 펼쳐진 사자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밀양시
얼음골 케이블카를 통해 이동하는 것도 또 다른 풍치를 맛 볼 수 있다. 선로 길이만 1.8km에 달하는 최장거리 케이블카 중 하나로 1020m의 상부승강장까지 단숨에 데려다준다. 승강장을 나서면 ‘하늘사랑길’이라고 불리는 280m규모의 데크로드가 전망대까지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우측에 펼쳐진 사자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밀양시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면 또 다른 풍치를 맛 볼 수 있다. 선로 길이만 1.8km에 달할 정도로 최장거리인 얼음골 케이블카는 1020m의 상부 승강장까지 단숨에 데려다준다. 승강장을 나서면 ‘하늘사랑길’이라고 불리는 280m규모의 데크로드가 전망대까지 펼쳐져 있다. 이윽고 전망대에 오르면 우측에 펼쳐진 사자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평탄한길로 한 두 시간 정도 산행하면 사자평에 들어설 수 있다. 가는 동안 억새군락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사자평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선물하는 곳이 아니다. 자연생태학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곳이다. 생물의 다양성은 인간사회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인간의 생존 역시 크게 위협 받게 되는데 생물 다양성으로 인해 그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습지의 중요성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습지는 야생 생물들의 식수원이 된다. 홍수 및 기후 조절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가뭄에 꼭 필요한 수원이 되기도 한다. 사자평은 앞서 말한 대로 국내 최대의 고원습지다. 그 규모가 약 58만m²에 달한다. 산 정상 부근의 평평한 땅으로 물이 모여 습지대를 이룬 것인데 다른 습지와는 달리 가운데로 실개천이 흐른다.

이곳에는 각종 습지생물과 희귀 식물군락이 분포하고 멸종위기종인 삵이나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2006년 12월 28일 환경부를 통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밀양교각 밑에 또 하나의 영남루가 영롱하게 빛나

밀양에는 또 하나의 힐링 명소가 있다. 바로 영남루다. 가을을 맞은 밀양강에 투영된 영남루의 절경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강가에 비친 영남루 야경들은 조용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몽환적인 기분도 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밀양교각 아래에서도 영남루가 밝게 빛을 낸다. 밀양시는 영남루 옆에 위치한 밀양교각 하부의 녹지공간을 재정비해 보다 수준 높은 휴식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을을 맞은 밀양강에 투영된 영남루의 절경은 많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밀양시
가을을 맞은 밀양강에 투영된 영남루의 절경은 많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밀양시

재정비된 밀양교각 아랫부분은 낮과 밤 다른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낮에는 음각으로 표현된 '밀양아리랑'의 가락이 밀양아리랑의 본고장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는 물에 비친 영남루를 형형색색으로 형상화 해 어둠을 밝힌다. 

밀양교각 아래의 영남루는 강을 가운데에 두고 실제 영남루와 마주하고 있어 마치 쌍둥이같은 모습이다. 또 디스플레이로 이뤄져 기존의 백열등, 형광등, 네온등과는 달리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고 상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밀양시는 기존 낙후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데크 스탠드를 설치해 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얼마 후엔 교각 위쪽으로 영남루 전경을 가리고 있던 시계탑과 자연보호헌장비를 정비해 시내로 들어가는 관문을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더위가 물러가자 다가온 가을저녁의 공기를 마시러 나온 가족과 연인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밀양교각 아래에서 빛나는 영남루의 모습을 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웃음꽃을 피우며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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