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형, 文대통령 편지 공개하며 “해경 무능…동료 진술 공개하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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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진씨 “월북 가능성 없다는 취지의 동료 증언 확인 필요”
청와대가 우편으로 보낸 文대통령 답장 전문도 공개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정보공개청구 신청서와 항의문을 해경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정보공개청구 신청서와 항의문을 해경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어업지도선 동료들의 진술 조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족 측은 월북을 포함한 당국의 조사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피격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아무개(47)씨의 형 이래진(55)씨는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그간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질팡으로 인해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억울한 동생의 죽음에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름대로 동생의 죽음을 재구성해 봤다"며 "동생이 (북한군에 피격되기 전) 체포돼 (해상에서) 이끌려 다닌 시간에 이미 익사했거나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해경이 왜 동생의 월북을 단정해 발표했느냐"며 "연평도 주변 조류를 그렇게 잘 파악한다면서 왜 아직 동생을 못 찾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유능한 해경 실력을 믿었다"며 "동생의 피격 사건 이후 해경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는 믿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고우면보다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동료) 선원들에게 월북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전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며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선원 9명의 진술 조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씨의 변호인은 "무궁화10호 선원들이 해수부 조사 당시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해경에 말한 진술 내용과 비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며 "만약 (해경의) 진술 조사가 공개되면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월북이라고 발표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유족에 보낸 A4용지 한 장 분량의 답장 전문도 공개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의 편지를 우편으로 유족 측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답신에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실종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 아들은 2쪽짜리 편지에서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수사당국의 대처를 비판했다.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씨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 ⓒ 이래진씨 제공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씨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 ⓒ 이래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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