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싫지만, 바이든은 더 껄끄러운 시진핑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0 09: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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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후보들의 ‘차이 나는 對中 해법’에 촉각 곤두…“민주당,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맞설 것”

10월9일 중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위안(元)화 환율이 6.6929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5월27일 기록한 연중 고점 7.1765위안보다 0.48위안 이상 내려간 것이다. 또한 2019년 2월 이래 최저치다. 달러에 대비해 위안화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안화는 5월 이후 6.7%나 치솟은 셈이다. 3분기에는 3.8% 올랐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기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9일에는 장중 최대 낙폭이 1.4%에 달했다.

이렇듯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같은 날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외국 선물환거래에 부과했던 20%의 증거금을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환 선물거래 비용을 줄여 위안화의 급속한 가치 상승 흐름을 끊어놓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그로 인해 10월12일부터 위안화 가치는 전 거래일에 비해 조금씩 하락했다. 이렇듯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던 이유는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의 나홀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외 시장에서 확산됐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로 급락했다. 하지만 강력한 도시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막았다. 그 덕분에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로 반등했다. 글로벌 경제기관들은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5%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는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무역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중국 대응 해법을 설파한다.

2015년 9월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입국식에서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 AP연합

“바이든이 집권하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세정책이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이다”면서 “필요할 때 관세를 사용하겠으나 전략적 계획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의 대중 무역정책은 오히려 미국 제조업과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런 바이든 후보의 견해는 9월29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이전보다 더 많은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TV토론에서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바이든에 맞대응했다.

10월7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TV토론에서는 중국을 두고 더욱 격렬하게 충돌했다. 해리스 후보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3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고 농민들은 부도를 겪었으며 제조업은 불황에 시달렸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과 싸우지도 않았다”면서 “바이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공산당의 치어리더였다”고 반격했다.

이렇듯 태평양 건너 미국 대선에서 자국이 끊임없이 소환되는 현실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선후보의 첫 TV토론 직후 열린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미국 측이 대선 기간에 중국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질책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걸로 증명됐다”고 반발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는 외교기조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1950년대 이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앞세워 타국에 대한 정치 개입을 자제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이는 상호 내정 불간섭 기조를 방패 삼아 다른 나라의 중국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심산이었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범하지 않는 한, 중국은 다른 나라의 정치 문제나 정국 변화를 거론하는 일은 없다. 이 같은 원칙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지켜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외신기자들이 미국 대선과 각 후보들에 대한 견해를 물어도, 원론적인 입장만 대변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 대선에 마냥 눈감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대미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환구시보가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8월19일 환구시보는 미국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하면서 “민주당의 정책을 보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대중) 강경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리하이둥(李海東) 국제관계연구소 교수와의 인터뷰를 빌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역임해 중국 지도부와의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며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좀 더 효과적인 교류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부통령으로 재직하기 이전에 수년 동안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외교 분야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러면 중국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바랄까? 이에 대해 중국 관료와 지식인의 속내는 다르다.

광둥(廣東)성의 한 시에서 경제무역부서 책임자로 일하는 왕빈(가명)은 필자에게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국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중국에 맞서겠다는 정강을 내세웠다”면서 “환율조작, 불법 정부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 등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홍콩인권민주주의법 및 위구르인권정책법의 저촉 여부 등 인권적인 측면을 살펴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1월9일 중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식에서 시진핑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민주당 정강,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삭제

이런 왕빈의 우려는 실제로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내놓은 정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는 미국만 홀로 나섰고 전략적이지 못했다. 그로 인해 집권 직후부터 추진했던 인도·태평양라인이라는 대중 봉쇄정책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경제적 성과를 안겨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개선하고 5G 네트워크를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과 소수민족 정책을 집요하게 공격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8월 바이든 선거캠프는 중국이 신장(新疆)에서 벌이는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제노사이드(인종 청소)’로 규정하고 비난한 바 있다. 심지어 민주당 정강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도 삭제됐다. 2016년에는 ‘하나의 중국을 이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 정부는 어느 때보다 다른 나라와의 갈등 여지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10월12일에 불거졌던 방탄소년단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 조짐을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서 진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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