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폐기물 뒷감당에 ‘허리 휘는’ 영암군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5 15: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폐기물 3만여톤 품고 사는 전남 영암②]
재정 열악 영암군 혈세 ‘펑펑’…처리비만 100억원
“‘매칭 지방비’로 휘청…국비지원 상향 조정 절실”

“그래도 의적 홍길동이네.” 

최근 전남 영암군 학산면 소재 두 곳의 폐석산에 폐기물을 몰래 버린 투기 행위자를 지목해서 한 주민이 한 말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폐기물 투기꾼이 그나마 산림청과 한국골재협회 부지에 쓰레기를 쌓아놔 군민 혈세 투입 없이 자진 처리될 것이란 안도감에서다. 행여라도 불법폐기물이 능력 있는(?) 토지주의 땅에 투기되길 바라는 모양새에 영암군은 웃프다. 

영암군은 원치 않은 불법폐기물 습격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른 환경오염, 지역이미지 훼손 등 주변 마을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군 재정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고보조금에 대응(매칭)해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가 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불법폐기물 투기 현장 ⓒ시사저널 정성환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불법폐기물 투기 현장 ⓒ시사저널 정성환

‘웃픈’ 영암군…3만여톤 ‘쓰레기산’ 처리 골몰

영암에는 지난 2년 새 불법 ‘쓰레기산’이 12개나 생겼다. 올 들어서만 9180톤(5건)이 새로 쌓였다. 영암군으로부터 입수한 불법폐기물 현황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 동안 전남 9개 시군에서 3만 2960톤의 불법폐기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영암군에서 발생한 불법 폐기물은 모두 2만 8620톤(12곳)이다. 전국 시군 중에서 두 번째로, 전남 발생량의 86.8%를 차지했다. 아래 순위인 나주시(5300톤)보다 무려 5배나 많다.

군은 이 때문에 당장 재정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군비 10억원(국비 1억5000만원)을 들여 전체의 12.3%인 3506톤을 치웠다. 잔여 2만 5114톤의 불법폐기물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앞으로 75억 3400여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정부와 전남도의 부담 20%를 뺀 80%(60억 3000만원)를 군이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작년에 지원받은 국·도비 7억 3000만원에 대한 매칭 지방비 36억 5000만원도 외상값으로 짊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예상치 못했던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당장 필요하다. 영암군의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수입이 476억 76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군이 한해 거둬들이는 자체 수입의 21%에 육박하는 돈을 불법폐기물 처리에 쓰는 셈이 된다. 또 추가 투기가 예상되는 데다 곳곳의 땅속에 묻혀 있는 폐기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부담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상도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10여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칭 지방비’로 80% 부담…“구상권 청구 미미”

영암군 관계자는 “한 푼이 아쉬운 군으로서는 100억원대에 육박한 불법 투기 폐기물 처리비용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어려운 자치단체의 입장을 고려해서 국비 지원에 대한 정부와 도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암군의 ‘힘들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2019년 예산기준 재정공시에 따르면 영암군의 2019년도 예산규모는 4747억원으로 유사 지자체 평균액 4910억원보다 163억원 적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총액 가운데 인건비의 비율은 99.41%다.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 감당도 빠듯하다. 더구나 전년도 재정공시 때 인건비의 비율인 88.92%와 비교하면 자체수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져 재정이 열악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2019년도 재정자립도는 12.4%에 불과하다. 전년도 재정자립도 13.99%보다 1.5%나 떨어졌다. 갈수록 곳간이 비어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불법폐기물 뒤처리에 혈세를 쏟아 부어야한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관할 지자체는 불법폐기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원인자(투기행위자·토지주)에게 구상권 청구를 한다. 영암군의 경우 전체 12건 중 3건(2766톤)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쓰레기를 치웠다. 이 가운데 미역 톱가공업체의 공장부지 1건(956톤)에 대해서만 강제집행(경매)을 진행 중이다. 결국 원인자나 이행보증으로 처리되지 않은 대부분의 불법폐기물 처리비용은 영암군이 떠안게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8월까지 불법폐기물 발생 및 구상권 청구현황’자료에 따르면, 2019년 2월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총 120만톤의 불법폐기물 중 110만톤에 대한 처리를 완료했다. 절반 이상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폐기물을 처리하고 발생 원인자에게 76건 209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환수는 3건 3.1억원에 불과해 1.4% 환수율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가 무책임…무슨 도움이 되겠나” 반발 목소리

이처럼 불법폐기물 처리비용이 지자체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군은 국고보조금의 현실화를 바라고 있지만 관련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묵묵부답이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통 국고보조사업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담 비율이 8대2 정도이고, 사회복지 분야의 경우 7대3 가량이다. 하지만 유독 불법폐기물 처리비용의 분담 비용은 거꾸로 2대8이다. 최근 불법폐기물 행정대집행 처리용역 계약이 톤당 28~30만원선에서 체결되고 있는데 비해 정부 지원금은 톤당 6만5000원(20%)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하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법폐기물 업자들의 랜덤식 투기로 생뚱맞게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피해와 비교하면 지원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비 대 지방비 매칭 비율을 조정해 국비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남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일선 시군이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몇 푼 되지 않는 재정으로 자체 사업과 국고보조사업을 해야 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톤당 6만5000원을 주면 나머지 23만원은 어디서 보충하라는 것인가.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류기봉 영암군 환경보전과장은 “상대적으로 지자체의 유책성이 크지 않은 불법폐기물 투기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국고보조사업의 국비 대 지방비 분담 비율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