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 뒤에 아른거리는 그림자는?
  • 박창민·이원석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6 10: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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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사태, 이 전 행정관 진술로 ‘단순 사기’와 ‘권력형 게이트’ 여부 판가름 날 듯

단순 사기일까, 게이트(권력형 비리)일까. 1조2000억원대 투자 피해를 입힌 옵티머스 펀드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태의 키맨으로 주목되고 있다.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창구, 혹은 검찰 수사 무마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10월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게이트’ 관련 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10월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게이트’ 관련 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행정관, 정무위 국감 증인 채택

실제 이 전 행정관과 옵티머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걸까. 핵심 피의자로 구속된 윤석호 옵티머스 사내이사(변호사)의 아내가 바로 이 전 행정관이다.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말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이를 차명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시에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위해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대주주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그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옵티머스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과거 그가 비상임이사를 지낸 농어촌공사는 올 1월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투자제안서 접수 당일 투자를 결정하는 등 졸속 투자가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2월 청와대 민정수서실 소속 특별감찰반이 이례적으로 금감원을 감찰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금감원 감찰 권한이 없는 청와대 특감반이 이례적으로 나선 배경에 이 전 행정관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확대된 6월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를 나왔다.

청와대 근무기간은 8개월에 불과하지만 이전부터 여권 핵심 인사들과 여러 교집합이 있었던 이력을 놓고 볼 때 이 모든 것들을 단순 의혹으로만 볼 순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의 이름이 등장한 건 2014년 ‘국정원 셀프 감금 사건’부터다. 이 전 행정관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민주당 의원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변호인단에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전 행정관은 서울시 법률고문, 국정원 법률고문 등의 이력을 쌓은 뒤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던 2015년에는 당무감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당시 당 대표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이 전 행정관은 김 전 수석 밑에서 일했다. 이 때문에 행정관 임명 배경을 둘러싸고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옵티머스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이 전 행정관이 혹독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뚫고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된 배경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지난해 10월은 조국 사태로 사모펀드 문제가 터지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홍역을 겪던 때였다.

최근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 수사팀의 대폭 증원을 지시한 배경엔 이 전 행정관을 둘러싼 의혹을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옵티머스 수사팀에는 18명의 검사가 투입돼 있다. 법무부는 기존 수사팀 검사 9명 외에 금융·회계 분야 경험이 풍부한 타청 소속 검사 5명의 파견을 승인한 상태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4명도 충원돼 ‘매머드급’ 수사팀이 꾸려졌다.

현재 검찰은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구속된 옵티머스 2대주주 이동열 이사가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 재직 시절 옵티머스 사무실에 드나들었다”며 “윤석호 이사가 유리 칸막이로 된 별도 공간을 이 전 행정관, 직원 3명과 같이 썼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10월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10월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인사 검증 부실 논란 다시 불거질 듯 

종합하면, 이 전 행정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옵티머스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까지 연결되는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다. 일단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월23일 열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이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 자리에 그가 출석할지는 불확실하지만, 만약 출석한다면 야당은 이 전 행정관을 상대로 청와대와 여권의 조직적 관여 여부를 강하게 추궁해 권력형 비리 의혹을 캔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증인 채택에 동의한 배경도 주목된다. 현재로선 야당이 요구한 옵티머스 관련 여러 증인 중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이 전 행정관 채택까지 거부하기는 어려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등 정부 정책과 관련 있는 이들을 증인에서 빼는 조건으로 이 전 행정관 증인 채택에 동의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야당의 주장이 확대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여당이 이 전 행정관 증인 채택에 동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15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이 별 근거 없이 금융사기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단순 금융사기 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14일 청와대 참모진에게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여권의 판단이 맞더라도 이번 일과 관련해 청와대의 인사 검증 부실 논란이 또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 전 행정관은 민정수석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옵티머스 펀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전 행정관은 이번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데, 청와대는 이런 인사를 다른 곳도 아닌 민정수석실 안에 앉혔다”며 “몰랐다고 하면 검증 부실이고, 알아도 눈감아줬다면 그게 권력형 비리”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 전 행정관 개인에 대한 구체적 혐의가 없기 때문에 인사 검증 문제를 지적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러 의혹은 있지만 이 전 행정관 개인의 구체적 혐의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인사 검증 부실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 전 행정관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느나’라는 질문에 “검증 문제 등 민정수석실 업무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의 남편 윤 이사가 실소유한 회사 ‘트러스트올’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 지역 사무실의 복합기 임대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은 또 하나의 뇌관이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 사건 펀드 자금 횡령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한 회사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복합기는 사무실 초기 참모진 지인을 통해 빌려온 것이다. 빌려준 당사자가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언론 보도로 처음 알게 됐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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