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김봉현의 폭로 “野 정치인·검사도 로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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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통해 검찰로부터 형량 감경 제안 받아” 주장
윤석열에 힘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 필요하다’ 압박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 사건을 담당하는 현직 검사와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옥중 서신'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측으로부터 청와대 참모나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단서를 제공해주면 형량을 감경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야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사실을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여당 쪽 인사에만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발언 후 수사 변화…“靑수석 잡아야” 압박

16일 김 전 회장의 자필 입장문을 입수한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검찰이 A변호사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을 회유·설득했으며 의도적으로 정부·여당 인사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에 따르면, 검찰 출신인 A변호사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소개로 라임 관련 사건에 선임됐으며 계약서 없이 구두로 변호를 맡아왔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체포된 이후인 5월 초 A변호사로부터 "서울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변호사는 검거 당시 첫 접견 때부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여당에서 해체해버려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합수단 역할을 하고, 이번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하면서 '네가 살려면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꼭 청와대 (전)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주임검사였으며, 라임 사건이 A변호사 선임 후 수사가 더 진행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 한 로비도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변호사에게 수 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를 했고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은 소액이라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해 두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난 8월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2일 오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2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수사팀 합류 검사 등 3명에 향응 제공 

A 변호사는 또 김 전 회장이 체포된 4월23일에도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와 '자신의 얘기나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며 줄곧 검찰 측과의 친분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대화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지난해 7월 라임 사태가 불거진 후 라임 측에서 직접 로비를 벌였던 당사자들이라고 김 전 회장은 전했다. 그는 "A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얼마 뒤 꾸려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언론에 직접 편지를 보내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을 보면서 (당사자가) 모든 걸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검찰 개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라임 '전주'나 '몸통'이 절대 아니다"라며 "실제 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거나 국내 도주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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