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편지’에 등장하는 ‘어쏘 변호사’는 무슨 역할?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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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실무 총괄…‘몰래 변론’ 등 악용 지적 많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격류가 몰아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편지를 통해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과 검찰에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김 회장은 편지에서 검찰 출신 A변호사가 막후에서 사건을 기획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A변호사는 실제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다른 변호사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편지에서 “(A변호사가) 본인에게 선임 계약서 없이 3천(만원) 받고 다른 어쏘 변호사 앞에 두고 뒤에서 검찰 등 막후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어쏘 변호사’란 무엇일까.

통상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와 ‘어쏘 변호사’로 나눠진다. 파트너 변호사는 스스로 사건 관계인을 만나 사건을 수임하고, 수임액 중 일부를 소속 로펌과 나누는 방식으로 수익을 계산한다. 변호사가 된 지 10년 가량 되면서부터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쏘 변호사’란 파트너 변호사가 수임해 온 사건에 대해 실질적인 서면 작업을 총괄하는 변호사를 일컫는다. 어쏘 변호사로 몇 년 간 일하다 본인의 사무실을 차리는 경우도 있고, 계속 어쏘 변호사로 월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어쏘 변호사로 재임해야 하는 의무 기간은 별도로 없지만, 대형 로펌의 경우에는 파트너 변호사가 어쏘 변호사를 통해 사건의 실무를 대부분 처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관 변호사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관이나 검사는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과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사의 경우 퇴직 직전 1년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다면, 서울중앙지검에서 다루는 사건의 변호인이 될 수 없다.

여기에 빈 틈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서울중앙지검에서 퇴직한 변호사가 서울남부지검 관할에 사무실을 차린 후 자신의 ‘어쏘 변호사’를 통해 중앙지검 사건을 수임할 경우, 이를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개인 사무실을 차린 한 변호사는 “중앙지검이나 남부지검 등 소위 ‘큰 손’들이 엮인 의뢰인들의 경우에는 주로 전관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쏘’ 들만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에서 몰래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몰래 변론’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 출신 변호사 및 여야 정치인들이 거론된 ‘라임 사건’에서도 어쏘 변호사를 통한 ‘몰래 변론’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다 독립한 한 변호사는 “정부가 ‘전관 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몰래 변론’ 문제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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