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는 다른 고양이의 특성은?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15:00
  • 호수 16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역 애착’ ‘독립적’ ‘깨끗한 물 선호’ 등이 꼽혀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정 중 38.9%가 반려견을, 32.8%가 반려묘를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개를 기르던 예전과는 달리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 이제는 그 비율이 얼추 비슷해지는 추세다. 이렇게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와는 또 다른 고양이의 특성과 매력에 있다.  

고양이는 철저하게 영역동물이다. 자신의 영역을 인식하고 지키려 하며 그 공간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또한 이런 자기 영역의 환경이 청결하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 청결이라는 표현은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모든 것이 정돈되어 비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자는 곳과 물그릇, 밥그릇은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하지만 모든 물건이 말끔히 치워져 있는 평면적인 공간보다 높고 낮은 여러 가지 사물이 놓여 있어 숨거나 올라가기에 좋은 입체적 공간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집에 있는 고양이가 책상이나 가구, 창문틀에 올라가 있거나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영역에 대한 애착이 있는 만큼 이 공간을 벗어나는 것은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유발한다. 간혹 고양이에게 하네스를 입혀 산책을 하는 보호자가 있는데 이는 고양이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다. 

ⓒpixabay
ⓒpixabay

배변 실수 땐 면밀히 살펴야 

고양이가 혀로 몸을 핥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돌기가 있는 혀로 털을 빗질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닦는 ‘그루밍’이라는 특유의 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실제로 위생관리에 도움을 주며 자신의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 나타난다. 그리고 고양이는 깨끗한 물을 선호한다. 반려견은 사료와 물그릇이 나란히 놓이거나 일체형으로 된 것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고양이의 경우 사료그릇과 물그릇을 분리하고 충분히 떨어뜨려 배치해 주는 게 좋다. 사료그릇과 가까운 물그릇은 사료 부스러기로 오염되기 쉽고 고양이는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물그릇을 최소 2개 이상 고양이의 활동 동선을 고려해 놓아주고 수시로 갈아주는 것이 좋다.

개를 키우면서 많은 보호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배변 훈련인데, 청결한 습성을 가진 고양이에게는 배변 훈련이 따로 필요 없다. 고양이 몸 크기의 1.5배 정도 되는 박스에 고양이 모래만 깔아주면 알아서 배변을 가린다. 고양이가 배변 실수를 하는 것은 배변을 하는 장소가 오염되어 있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다. 야생에서 개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무리 안에서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과 함께 사는 공간 속에서는 가족을 자신의 무리로 생각하며 특정 보호자를 리더로 인식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야생에서도 독립적으로 혼자 생활하며 이런 특성으로 보호자를 리더로 인식하지 않는다. 개를 오랫동안 키운 반려인들은 ‘앉아’ ‘기다려’ ‘손’ 등의 훈련을 하고 통제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고양이의 통제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는 특성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독립적인 습성을 이해한다면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