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공수처장 추천위’, 넘어야 할 산이 더 험난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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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야당추천위원, 비토만 놓을 듯”
野 “친정권 인사 요직 앉히는 것 방지하자는 차원”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임정혁·이헌)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임정혁·이헌)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했다. 이로써 공수처장 후보자 인선을 위한 첫 발을 떼게 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험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당이 ‘비토권’을 앞세워 공수처 출범을 한없이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여전히 손에 쥐고 야당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검찰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내정하고 국회 의안과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사법연수원 16기인 이헌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다룬 ‘피디수첩’과 광우병 촛불집회 주최 측을 겨냥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는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조사 방해’ 논란이 일면서 사퇴하기도 했다.

임정혁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 2·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친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사회단체나 선거사범 수사를 주로 맡았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대검 공안부장을 맡은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추천위원들이 사실상 추천보다는 ‘비토’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현재 시행중인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 추천에는 추천위원 7인 중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인선이 계속 지연될 수 있는 구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6일 당 회의에서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추천위가 구성되는 대로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與 “개정안은 그대로 추진” 압박…野 “비토권으로 견제”

여당은 추천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야당 추천위원이 끊임없이 비토권을 행사한다면 공수처장 임명은 불가능해진다”며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서면으로 각 교섭단체에 10일 안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에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의결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의결 시한은 1회에 한해 10일 이내로 연장 가능하다. 개정안대로라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부터 의결까지 최대 5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국민의힘은 추천위원 내정으로 여당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적극적인 ‘비토권’으로 공수처장 추천에 최대한 제동을 건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야당과 국민이 믿을만한 후보를 추천하면 동의하겠다”면서도 “지금 추미애 장관이나 조국 전 장관처럼 편향적이고 자격이 없는데도 밀어붙이는 인사라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 바꾸기’ 내지는 ‘독단’의 모습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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